우리나라는 이단·사이비 종교의 「천국」이다.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니 당연한 것 같지만 종교에 대한 우리나라 행정·경찰력 집행은 유난히 느슨한 편이다. 정부는 이단·사이비 집단의 반사회적 행위가 문제될 때마다 「응급처치식」수사와 일부 교주·신도의 최소 구속이라는 미봉책을 써왔다. 괜한 「피해의식」때문이라고 지적받는 대목이다.
11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방송을 중단시킨 만민중앙교회에 대한 수사도 일반 사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87년 신도들의 집단자살로 파문을 일으킨 오대양 사건이나 92년 큰 물의를 빚었던 시한부 종말론자 사건도 수사나 사후 관리 모두 허술했다.
정부가 이처럼 이단·사이비 집단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종교라는 「성역」속에 있는 데다,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 그러나 이제 반사회적이고 비정상적인 사이비 집단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단과 사이비는 다른 개념이다. 거의 모든 사이비 종교는 이단이지만 이단종교가 반드시 사이비 종교는 아니다. 종교학적으로 이단은 「신학적 정통을 벗어난 분파」를 의미한다. 결정 주체는 정통 교단. 주로 특정 사안에 대해 신학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교단들이 이단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단이라는 이유로 종교적 불이익이나 제재를 받는 건 아니다.
사이비는 사회적 개념이다. 교조 교리 교단 등 외형은 종교적 형태를 갖췄지만 미풍양속이나 사회규범을 저해하는 집단을 일컫는다. 판단 기준은 반사회성, 실정법 위반 행위, 황당무계한 교리 등을 들 수 있다. 사이비 집단도 실정법을 어기기 전에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이단·사이비 종교 집단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은밀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집계하기 어려워 믿을만한 통계가 없다. 또 이단·사이비의 기준이 모호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헤아리기도 어렵다.
96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 이단·사이비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이단·사이비 종파는 14개 종류 405개로, 불교가 78개, 기독교계 70개, 증산계 68개, 외래계 40개 등이다. 이 가운데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기독교계에 이단 시비가 가장 빈번히 일고 있다.
한기총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성경 66권을 보태거나 빼는 것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부인하는 것 하나님으로부터 계시와 영감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 비윤리적이거나 반사회적·반국가적 집단 예수 재림 장소와 날짜를 말하는 것 등이 이단 기독교 신앙으로 분류된다. 서사봉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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