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30)의 「야후」를 보다 보면 등골이 싸늘해짐을 느낀다. 건물이 붕괴해 아버지가 깔려 죽는 장면, 주인공 김현을 비롯한 청소년들끼리의 패싸움 장면 등 「심하다」싶을 정도의 자극적인 그림이 낯설고 두렵다.하지만 다시 한번 꼼꼼히 작품을 읽어가면 작가 윤태호가 느끼는, 주인공 김현을 통해 내뱉는 이 사회에 대한 엄청난 분노에 숙연해진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바로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사회 구석구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사고입니다. 이들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솔직히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야후」는 격주간 만화잡지 「부킹」의 창간호부터 연재되고 있는 청소년물. 최근 이를 묶어 단행본 제1권「야후」가 나왔다. 주인공 김현은 고등학교 1학년때인 85년, 보일러공인 아버지가 건물붕괴사고로 처참하게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속만 태워드렸던 아버지. 이후 고등학교를 자퇴한 김현이 10여년후 삼풍붕괴사고 등을 겪으면서 결국 테러리스트로 변해간다는 내용이다. 단행본 20권까지 계획중.
『김현은 앞으로 경찰이 됩니다. 경찰 재직시에 터진 삼풍사고에서 한 소녀의 죽음을 다시 한번 지켜본뒤 본격적인 테러리스트로 변신, 무한대 분노를 폭발하죠. 불특정 다수인 서울시 전체를 폭발시킬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윤태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자기검열에 시달린다고 했다. 『더 사실감있게 표현하고 싶어도 결국은 「보통수준」에 그치고 말아요. 주인공은 결코 싸움꾼이 아닙니다. 그만큼 분노의 강도가 큰 것으로 이해해 주세요』 88년 광주 사레지오고를 졸업한뒤 허영만 조운학씨 문하생으로 7년간 공부하다 95년 「혼자 자는 남편」으로 데뷔. 두번째 작품 「연씨 별곡」은 현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칸영화제 견본시장에 출품중이다. 글 김관명 kimkwmy@hk.co.kr 사진 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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