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학교경영과 열린인간관계로 인성위주의 교육현장을 이끌어온 서병렬(徐炳烈·65)광주 동부교육장은 빛고을 광주 초등교육계의 대부다.어린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에게 한학과 동양윤리를 배우면서 교직에 뜻을 키워온 서교육장은 55년 전남 담양군 한재초교 평교사로 교직에 투신한 이래 반평생을 열린교육과 초등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70년 광주대성초교 연구부장 시절 서교육장은 출퇴근도 없이 한달여동안 연구실에서 연구수업준비를 하다 자신의 집이 이사한 사실을 망각한채 옛 집을 찾아가 망신을 당한 뒤 「자기집도 못 찾아간 사람」이란 별칭을 얻었다.
전남 영광묘량초교 교감시절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못하는 어린 제자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초가인 교감 관사에 야간중학교를 개설해 동료 교사 4명과 함께 30여명에게 배움의 길을 터 주기도 했다.
담양남초교 교사시절 5세였던 장남이 40도 고열로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도 연구수업준비를 하던중 새벽 3시께 눈물이 뒤범벅이 된 아내의 항의 방문을 받았고 대성초교에서는 조부의 별세소식을 듣고도 하루 수업을 마치고 상가에 늦게 도착해 동료 교사들로 부터 비난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그의 교육열의를 대변하며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서교육장의 열성적인 수학 과목및 열린교육에 대한 연구 활동은 전국종합연구대회에서 3차례 교육부장관상을 받는 등 20여차례 각종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고 열린교육 개념 정립과 연계지도 방안등 10여개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서교육장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고참 부부교사로도 유명했다.
광주사범 동기 동창인 부인 구일순(具日順·62)여사와 같은 해에 임용돼 95년 9월까지 40여년을 부부교사로 활동해 왔다.
서교육장은 『아내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연구활동에 몰두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불평없이 믿고 따라준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고 털어놓았다.
부인 구씨는 퇴직후 광주 송정도서관 문화센터에서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서교육장의 교육철학은 「교사는 경사(經事)이기 전에 인사(人事)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전에 인간성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야 하고 업무성과를 기대하기 전에 집단 구성원간에 화합과 단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소신이다.
서교육장은 『진정한 스승도 진정한 제자도 사라져가는 교육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직의 안정회복과 참스승과 참제자가 있는 교육풍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 8월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서교육장은 수상소식에 『생명이 다 할 때까지 교육에 힘쓰라는 소명으로 생각한다』며 『전국 교직 선후배들에게 영광을 돌리겠다』고 겸손해 했다. 가족은 구씨와 사이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광주=김종구기자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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