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렬·부산 혜광고 교사 -매년 5월14일 밤이 되면 13년전에 졸업한 제자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걸려온다. 졸업 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 시간이면 서울에서 『선생님, 저 흥복입니다.
그간 건강하시며 별고 없으십니까? 당장이라고 달려가 선생님을 만나뵙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유감스럽습니다. 다음에 부산에 내려가면 꼭 선생님댁에 들르겠습니다.
계속해서 전인교육, 인성교육, 인간교육에 힘써 좋은 제자를 길러주십시오』 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흥복아, 정말 고맙구나. 어떻게 직장생활에 피곤하고 바쁠텐데 잊지 않고 계속 이 시간에 전화를 주니 감개무량하다. 이제 결혼할 나이도 되었는데 서둘러 결혼하렴. 그때는 내가 꼭 참석하마』하고 대답했다.
돌이켜보면 83년 1학년때 흥복군의 담임을 맡았는데 별로 잘해준 것도 없고 유난히 관심을 가졌던 제자도 아니다. 또한 남들이 다 가는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해 직업전선에 일찍 뛰어든 제자다.
아주 어질고 착해 어렵고 힘든 일은 반에서 앞장 서서 해내었으며 공부 외에는 매사에 성실하고 근면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현재는 중견 가구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4년전 6월말에 삼품백화점 붕괴사고가 났을 때 연락에 되지 못해 안절부절했다. 혹시 사고라도 났으면 아까운 제자 한 명을 잃어버리니 말이다. 할 수 없이 부산에 있는 본가에 전화해 무사함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느 정보 사고가 수습된 뒤 전화가 왔다. 『선생님 무척 염려하셨죠. 저도 연락드리고 싶었지만 사고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도저히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제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안심하십시오』라고 했다.
철저히 공(公)을 우선하는 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보통 스승의 날이면 가끔씩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있긴 하다.
또한 재학생들은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많은 선물도 들고 온다. 하지만 별로 반갑지가 않다. 마음보다는 물질로써 서로 통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는 해마다 스승의 날 전날에 걸려오는 흥복군의 전화 한 통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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