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선거구제의 가닥을 1구 3인의 중선거구제로 잡고 있다. 국민회의는 얼마전 자민련과 함께 소선거구제를 공동여당 잠정안으로 채택한 바 있다. 소선거구제를 잠정안으로 채택할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논의 절차가 있었고, 합당한 이유도 있었다.그런데 두 당의 대표가 만난 뒤 선거구제는 슬그머니 중선거구제로 방향타를 잡아가고 있다. 국민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돈 안들이는 선거와 지역당 구도 타파를 위해서는 정당명부제 도입과 함께 중선거구제 채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국민회의의 주장이다. 물론 중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 지역기반이 취약한 정당후보가 당선 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그런 이점으로 지역구도 타파등 정치환경 개선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구제와 선거에서의 돈 씀씀이는 서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학계·시민단체의 대체적 분석이다. 과거 1구 2인제의 중선거구 때와 그 이후 소선거구에서 선거를 치른 대부분의 의원들은 선거구제와 돈 씀씀이가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선거구제보다는 정치환경에 따라 선거비용에 차이가 나고,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중선거구제가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은 돈 안들이는 선거풍토를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94년 거꾸로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바꿨다.
국민회의가 중선거구제로 바꾸려 하는 이유는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쑥스러울 뿐이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몇개의 기관들이 중선거구제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전체의석을 270석으로 할 때 국민회의가 105~115석을 차지, 무난하게 제1당으로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회의가 다른 당에 유리한 선거구제를 채택할 리는 없다. 국민회의 사람들이 성인군자가 아닌 바에야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거구제의 전환과정에 국민을 가볍게 보는 대목이 있었다면 그것은 반드시 지적돼야 마땅하다.
이밖에 국민회의가 야당을 유인하기 위한 활용가치로 중선거구제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권위주의적 정략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졸속으로 이뤄지는 이런 방식의 정치개혁을 원하지 않고 있다. 내각제 개헌문제가 먼저 정리되고, 그리고 정당의 민주화등 정치개혁의 기본틀을 마련한 뒤 선거구제가 결정돼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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