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동면상태에 빠졌던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12일 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과 내수시장 침체로 보류됐던 대기업의 설비 신·증설이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에 열발기차유한공사(悅發汽車有限公私)와 합작으로 세운 현지 공장에서 7월15일부터 프라이드 양산을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기아의 부도유예 사태 후 보류됐다가 기아를 인수한 현대가 3월부터 자금을 투자하면서 재개됐다.
기아는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과 착공식 후 공사가 중단된 브라질, 터키 현지공장 설립 프로젝트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당분간 자동차업계의 설비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종에서는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부문의 시황호조로 증설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삼성전자와 LG LCD등이 상당한 투자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천안의 제3라인을 대폭 증설, 13.1인치 기준 연산 28만장에서 연말까지 46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며 LG LCD 역시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전반적인 과잉공급으로 과거와 같은 신·증설 붐이 사라진 유화업종에서는 틈새시장이나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지난 해 유보됐던 설비 신·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해 중단했던 폴리염화비닐(PVC)원료공장 공사(투자비 550억원 규모)를 올해 초 재개했으며 롯데계열인 호남석유화학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공장 공사를 7월까지, 산화에틸렌유도체(EOA)공장도 올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LG화학은 다국적 화학업체인 다우사와 합작으로 3억2,000만달러를 들여 연산 13만톤 규모의 폴리카보네이트(PC)공장 신설에 착수, 2001년에 완공할 예정이며 금호석유화학도 PC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경우 256메가D램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대규모 증설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조선, 섬유업종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교체 차원의 투자만이 이뤄질 전망이다.
철강업종은 전기로, 냉연업체들의 만성적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아 향후 2년간은 설비 신·증설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이평수기자py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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