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고객 확보를 위해 대출세일에 나선 은행권이 「숨 고르기」에 들어 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으나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일부 은행들이 추가 인하 보류를 검토하고 있다.
올들어 대출금리 인하를 선도해 온 신한은행은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연 6.95%, 주택담보대출은 최저 연 9.75%로 각각 낮추었다.
그러나 회사채유통수익률 등 실세금리가 소폭 오르고 있는데다 예금금리를 더 이상 낮추기 어려워 대출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민·한미은행 등도 대출금리의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며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들 은행의 신규대출금리는 우량 중소기업의 경우 연 6~7%선, 가계대출(주택담보)는 9%후반.
증시로 몰려 가는 정기예금 등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는 형편이어서 대출금리의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금리의 지속적인 인하를 예상해 조달비용을 따지지 않고 대출금리를 미리 내린 은행이 많아 추가 인하대신 금리동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 무엇보다 고금리 예금의 만기도래로 시중은행의 총수신중 금리가 연 10%를 넘는 예금은 18%에 불과할 만큼 자금조달비용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 등의 수익률이 높아 정기예금 금리 인하를 억제해 왔으나 최근 수익증권의 수익률이 내려가는 추세여서 예금 금리도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은행 예금금리는 통상 국고채 수익률 등 시장금리보다 낮은데 현재 정기예금(만기 1년) 금리는 연 7.6~7.8%대로 6.5%선의 국고채수익률보다 높아 예금금리 인하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전히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기존 대출자들은 은행의 그간 대출금리 인하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출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 경우 불만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대부분의 은행이 선도은행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게 되면 우량 고객 확보·유지를 위한 또 한차례 금리인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