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중요시설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11일 밤 발생한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의 MBC 난입으로 인한 방송중단 사고는 보안이 생명이어야 할 국가 중요시설의 허술한 경비태세를 생생하게 보여줘 충격을 주고 있다. 방송국을 포함한 국가중요시설에 외부인이 난입, 소동을 부린 것은 쿠데타나 내란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평상시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중요시설은 대통령 훈령 제28호에 따라 정해진 주요 정부기관, 항만, 공항, 방송국, 과학연구단지 등 보안이 필요한 국가기간 시설.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가중요시설은 해당 지방경찰청장이 연1회, 해당 경찰서장이 연2회 방호진단을 하고 해당 경찰서장과 파출소에서 분기별로 방호진단사항에 대해 지도감독을 한다. 하지만 실제 방호진단이나 지도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 대부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고가 난 MBC 관계자들은 『몇년 전만 해도 보안담당자들의 불시점검과 방호계획감사 등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공문만 보내거나 경찰서 보안과 형사들이 가끔 들러 시설을 한번 훑어보고 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도 『해당기관 직원들의 말을 그대로 믿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이날 상황보고는 받았지만 신도들이 주조정실까지 들어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습적으로 침입하면 손 쓰기 어렵다』고 말해 허술한 보안상태를 실토했다.
또 관할 경찰서장이 매달 1회이상 청경들의 근무상황 및 무기관리실태 등을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으나 이마저 형식에 그치고 있다.
까닭에 국가중요시설의 자체 방호책임을 시설장(주)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 훈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통령 훈령 제28호에 따라 시설장(주)은 청원경찰을 임용, 긴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장(주)은 방호나 경비에 필요한 중요 정보사항들을 입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청경들도 관리·감독규정상 매달 4시간 이상의 직무교육을 받게 돼 있으나 시간때우기에 그치는 형편이다.
특히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의 난입과 관련, MBC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전혀 사전정보를 전달해주지 않아 경비강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일 전국 400여개 국가중요시설의 경비실태 재점검과 관련법령의 검토를 지시하는 한편 앞으로 장비과학화와 보안교육강화 등을 통해 경계태세 및 보안활동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이날 국가정보원, 문화관광부, 검·경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MBC 사태의 정확한 진상경위 조사에 착수하고 허술한 경비태세를 방치한 관련자들을 엄중문책키로 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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