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교육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원들의 서명운동 집계가 발표된 다음날, 교육부는 초·중·고 교원들의 안식년제 도입과 담임수당 대폭 인상이란 당근정책을 내놓았다.「교원의 전문성 및 후생·복지 향상대책」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이 대책은 공식연수에만 국한했던 연수휴직제를 자율연수까지 확대하고, 앞으로 5년동안 교원 1만명을 늘리고, 3만원인 담임수당을 단계적으로 10만원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있다.
이에 대한 교직사회의 반응은 당장 부정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본질적인 정책제시가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대책이라고 평가하면서 현재의 교육여건과 예산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성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도 교육위기로 평가될 만큼 동요하는 교직사회의 상황을 교육부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우리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교원안식년제는 35만 초·중등 교원들의 오랜 숙원이지만, 지금과 같은 교원 태부족 상태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재 교원 수는 중등이 법정정원의 86.7%, 초등이 96.5%이다. 오는 8월 단축된 정년과 명예퇴직으로 교원들이 줄지어 학교를 떠나면 부족 교원 수는 1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교원들이 하루 평균 5시간 수업을 하고도 교과지도 연구와 무관한 잡무로 몇시간씩 시달리는 상황에서 자율연수를 허락할 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5년간 1만명의 교원을 늘린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법정정원에도 못 미친다. 인적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중등교원은 몰라도 초등교원은 매년 배출되는 교대 졸업생 수가 일정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담임수당 대폭 인상도 탁상공론으로 들린다.
30만명이 넘는 교원들에게 월 10만원씩 수당을 주려면 연간 수천억원이 필요한데, IMF 긴축재정으로 5% 이상 깎인 교육예산으로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가. 예산당국에 특별배려를 요청하겠다지만 벌써 냉담한 반응이 전해지고 있다.
교원예우 지침의 격을 대통령 지침으로 올리고, 자문변호인단을 운영함으로써 예우를 향상시키고, 학교평가제를 격년제로 바꿔 잡무를 덜어주겠다는 대책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직발전 종합대책을 마련중이라는 교육부가 교직단체의 공세에 즉각 대응하는 형식으로 졸속대책을 내놓은 것은 보기에도 좋지않다. 교원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교육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근본적인 자세의 전환이 없는 사기 진작책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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