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서울 서소문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했던 김모(35)씨. 소규모 봉제공장을 운영하다 부도가 나 한때 자신의 인생마저 버렸던 그가 이젠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김씨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출발점은 서울 신당복지관 희망의 집. 여기서 그는 공공근로 숲가꾸기 등 땀흘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마다하지 않았고 마침내 올초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업자와 함께 조그만 가방공장을 공동인수했다. 동업자는 돈을 대고 김씨는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직원도 창업초 3명에서 이제는 15명으로 늘어났고 수출까지 하고 있다. 신당복지관 최혜영(崔惠永·41) 과장은 『김씨는 자립욕구가 매우 강했다』며 『스스로를 추스르려는 의지가 좌절과 희망을 가른다』고 말했다.
「노가다」(건설일용노동자)에서 「노숙자」로 전락한 노모(37)씨도 희망찾기에 성공한 경우다. IMF가 터지면서 일감은 줄었고 모아둔 돈도 금세 없어지자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노숙자가 돼버렸다. 하지만 희망의 집에서 재기의 꿈을 되살렸던 노씨는 올초 복지관 후원으로 스낵카를 마련해 장사를 시작했고 머지않아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내에서 문을 연 103개 희망의 집과 자유의 집 1곳에서 꿈을 키우던 노숙자 4,000여명중 자활전선을 돌파한 비율은 현재까지 10%(628명)선. 사지(死地)를 헤쳐나온 생환자 628명중 442명이 취업이나 창업을 했고 지방출신 160명은 정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서울등 수도권 노숙자 26명도 가족품에 안겨 재기의 둥지를 마련했다.
노숙자다시서기 지원센터는 『자괴감과 자포자기에 빠진 노숙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선 관련단체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힘겹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희망의 양지로 올라오는 노숙자들의 삶이 봄소식처럼 전해지고 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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