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클래식음악회에 간 A씨.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한 곡이 끝나자 박수를 쳤다. 그런데 지휘자가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어, 이상하다. 또 한 곡이 끝났다. 또 박수를 쳤다. 그랬더니 지휘자가 이번엔 얼른 돌아서서 입에다 손가락을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아차, 여기서 박수치는 게 아닌가 보다. 머쓱해진 A씨, 그 다음부턴 남들 눈치가 보였다. 언제 박수를 쳐야 하지?엉뚱한 데서 박수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연주자가 인사할 때 치면 된다. A씨와 같은 실수는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들을 때 하기 쉽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대개 3~4개 악장으로 되어있고 다음 악장으로 넘어갈 때 잠깐 쉬기 때문에 연주가 끝난 줄 잘못 알 수 있다. 그러나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는 곡의 흐름을 끊기 때문에 치지 않는 게 예의다. 전악장이 끝난 뒤 친다. 예민한 연주자는 악장 사이 박수가 계속되면 정신이 흐트러져 고생한다.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은 박수의 함정. 마지막 악장, 「짜자잔」하고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린다. 열렬히 박수를 치고나면 한참 있다 다시 선율이 이어져 조용히 끝난다.
가곡독창회는 한 작곡가의 곡이 몇 곡 이어질 경우 그 묶음이 끝난 뒤 치면 된다. 노래마다 박수를 치는 건 한 줄로 꿴 목걸이를 가위질 하는 것과 같다.
최악의 박수는 곡이 끝나자마자 성급하게 치는 것. 그런 박수는 연주자가 곡을 마무리할 기회를 뺏고 감동의 여운을 산산조각 낸다. 귀한 술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듯 그렇게 기다렸다 박수를 치자. 96년 명동성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독주회 때 풍경. 연주가 다 끝났지만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전원 기립박수가 터졌다. 연주만큼이나 감동적인 박수였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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