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학교가 문을 닫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됐다. 교사가 학부모나 제자들로부터 스승의 날 촌지나 선물을 받는 잡음을 예방하기 위해서 서울시내 529개 초등학교 교장들이 학교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이다.가정학습 체험이란 명목으로 학생들만 학교를 쉬게 하겠다는 것인데, 학생 없는 교정에서 교사들끼리 보내는 괴로운 스승의 날이 될 것이다.
촌지나 선물을 가져오는 학부모와 학생이 무서워 학교문을 닫겠다는 교장단의 결정이 현명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는 비난도 들린다. 교사들만 몰아치는 교육당국과 시중여론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라는 지적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러나 그 결정의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교육계의 끝모를 불신풍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승의 날 촌지를 사절하기 위해 학교문을 닫은 일은 지난해 서울시내 일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처음 일어났다.
이번에는 전체 교장들의 모임에서 일제히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결정은 교사를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만 몰아붙이는 교육개혁의 방법론에 실망한 일선교사들의 반발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교육계의 일부 인사들은 『정부가 교사들의 촌지수수를 지나치게 부풀려 정년단축과 고령교사 퇴출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스승의 날 모든 학교 교문에 『우리학교는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플래카드를 써붙이게 함으로써 대다수 교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렇다 해도 학교문을 닫아 거는 것은 교육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 기회에 우리는 촌지를 주는 학부모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년에 한번 스승의 날에 내 아이를 잘 가르쳐 준 선생님에게 드리는 감사의 선물을 나무랄 수는 없다. 대도시 일부 지역의 얘기라고는 하지만 내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우대해 달라는 뜻이 담긴 돈봉투가 문제다. 아무리 사소한 액수라도 청탁의 뜻이 담겨있으면 뇌물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학부모들이 다 그러니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듣기에도 민망한 「보험론」이니 「볼모론」이니 하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지만 정당하지 않은 특별대우를 기대하는 촌지는 결국 아이를 망치는 일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돈이나 선물로 선생님의 환심을 사 성적이 오른 경험을 가진 아이에게 어떤 가치관이 형성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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