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중선거구를 택할 게 확실시 되면서 의원 사회의 분위기가 묘해지고 있다. 인접 지역구 의원들간에,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해 『아무리 당이 같아도 동료가 아니라 적』이라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 벌써부터 몇몇 의원들은 공공연하게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고 잠재적인 경쟁상대를 뒤에서 은근히 깎아내리는 일까지 나타날 조짐이다.의원들간의 「남의 땅」 침범 사례는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일반화하는 흐름. 국민회의의 서울출신 한 의원은 『중선거구가 되면 이웃 구와 합쳐질 가능성이 가장 크므로 이제부터는 그 구의 행사 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남의 모 의원은 『최근들어 일요일마다 옆 선거구의 선배의원이 자꾸 내 지역의 교회에 와 예배를 보곤 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충남의 한 의원은 『중선거구 또는 소선거구 아래서 선거구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얼마 전부터 내 지역 인근 다른 선거구안의 종친, 동성(同姓) 집성촌, 동문회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집안식구들끼리의 「매터도」를 걱정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한 여당의원은 『중선거구에서 복수공천이 이뤄지면 같은 당 공천자들끼리는 동료인 동시에 적이 되기 때문에 제 살 깎아먹기식 비방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동교동계 의원은 『얼마전부터 지역구에 내려가면 지역구 이전설, 모실세와의 갈등설 등 온갖 이상한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며 『이는 모두 선거구 변화 등을 예상한 의도적인 음해』라고 주장했다. 전남의 한 의원은 『지역구가 여러 개 합쳐질 가능성이 커진 탓인지 벌써부터 「다음 번엔 우리 군출신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식의 소지역주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는 곧바로 동료의원들간의 경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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