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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민, 캠페인의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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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민, 캠페인의 노예인가

입력
1999.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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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건국운동」, 「신지식인 운동」, 「전국민 책읽기 운동」….우리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관(官) 위주의 각종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대체로 심드렁하다.

왜 일까? 갑작스럽게,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거치는 과정이 없이 「선지자」라고 믿는 일부 권부 엘리트들의 책상에서 입안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캠페인에 식상해 하는 것 같다. 때로는 「한 건 주의」 냄새도 묻어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주 발표한 「전국민 책읽기 운동」만 해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도 아닌데 갑자기 웬 책읽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읽으면 행복합니다」라는 슬로건을 외치고, 장관이 작가들과 거리에 나가 사인회를 하고, 캐릭터 배지를 만들어 뿌리면 국민들이 책을 더 읽게 될까? 책의 홍수 속에서 독서를 하지 않는 것도 자유다. 어느 선진국치고 책읽기 캠페인을 하는 나라가 있을까?

「제2 건국운동」은 「관치(官治)」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정치적 오해를 사고 있다. 「신지식인 운동」은 코미디언 출신의 영화사업가를 내세웠지만 국민의 관심과 생활 속으로 파고 들지 못하는 느낌이다.

캠페인의 유행은 TV에도 번지고 있다. 「칭찬합시다」 「용서합시다」등등…. 물론 호응이 좋다지만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 캠페인의 노예가 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의식을 캠페인으로 개조할 수 있다는 믿음, 우리는 언제든 캠페인의 객체라는 지적 무기력. 캠페인이 많을수록 사회는 수동적이다. 지금은 계몽주의 시대가 아니다.

서사봉 문화부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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