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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공화국 심화] 앞으론 구조조정 뒤로는 사업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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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공화국 심화] 앞으론 구조조정 뒤로는 사업확장

입력
1999.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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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구조조정의 목적은 과잉·중복투자와 악성부채구조를 뜯어고쳐 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본다면 과도한 경제력집중을 해소함으로써 재벌의 희비에 따라 국민경제 자체가 뒤흔들리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거치고 재벌개혁의 강도를 높여왔지만 결과적으로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경제장악력이 커졌다는 것은 확실히 새로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재벌의 파이만 커진다

지난해 1년동안 30대 재벌이 올린 총매출액은 479조3,31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449조5,088억원보다도 많다. GDP는 매출액 가운데 부가가치부분만을 합산한 것으로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어쨌든 재벌매출액이 GDP를 능가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GDP 대비 30대 재벌의 매출액의 비율은 93년 0.77배 수준이었으나 95년 0.85배, 97년 0.97배에서 지난해에는 마침내 1.07배로 커진 것이다. 5대 재벌도 93년 0.51배에서 97년 0.68배, 지난해에는 0.8배로 30대 재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총산출액(매출액과 비교적 유사한 개념)에 대한 30대 재벌 매출액 비율도 94년 33.7%→96년 40.5%→98년 44.7%로 확대됐으며 5대 재벌 역시 같은 기간에 22.6%→27.3%→33.4%로 늘어났다. 한국은행관계자는 『재벌이 얼마나 이익을 내는가는 별개 문제라 해도 정부와 기업, 개인등 경제주체를 망라해 전체 산출되는 국부(國富)에서 5대 재벌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재벌의 금융지배강화

빅딜도 하고, 부채비율도 줄이고, 자산도 해외매각하는데도 경제력집중이 심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아직은 구조조정 초기이므로 가시적 결과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측면도 있고, 재벌보다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이 훨씬 더 심각한 부(富)의 감소를 겪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벌들이 한편으론 중복자산을 줄이고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계속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데 있다. 특히 금융과 일부 첨단정보통신부문에서 그렇다.

지난 1년간 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계열사를 포기한 5대 재벌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증시활황 속에 증권시장은 「5대재벌의 안마당」이 되어버렸으며 이들은 증권계열사를 통해 가용금융 자산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실시된 유상증자 가운데 5대 재벌은 3분의 2를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5대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이미 조달했거나 조달할 금액은 총 10조4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현대 와 삼성의 몫이 9조원 이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직접금융시장에서도 과거 은행여신처럼 재벌의 편중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의 금융선호가 금융 자체의 이익실현 때문은 아니다. 정부의 여신통제라 차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벌들은 이제 금융을 직접 지배함으로써 언제라도 확장할 수 있는 자금원천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력 집중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재벌의 금융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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