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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오폭과 중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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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오폭과 중국의 선택

입력
1999.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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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을 쑥밭으로 만든 나토군의 오폭(誤爆)사태로 며칠간 몰아쳤던 중국의 반미(反美)항의가 다소 진정된 것은 다행이다.그러나 유럽의 한 구석에서 일어난 민족분쟁이 의외의 실수로 국제정치에 얼마나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실감하게 됐다.

바로 우리와 이해관계가 겹겹이 걸린 미국과 중국이 대립의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우려와 함께 사태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폭의 결과로 미국은 톡톡히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성난 군중에 의해 중국 주재 미국공관은 돌멩이 세례로 창문이 박살났고, 군사교류등 상호신뢰구축을 위해 계획됐던 접촉이 중국측에 의해 중단되고 있다.

폭격으로 박살난 대사관의 몰골과 피흘리며 쓰러진 자국민들을 보고 분개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쯤해서 중국이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유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아무리 통제된 사회라 하더라도 13억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시위가 확산될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또 중국은 89년 톈안먼사태이후 인권문제 무역문제 WTO가입문제 핵무기 스파이사건 등으로 미국의 외교공세를 받아왔으나 이번 오폭사건으로 공세의 기선을 잡게 됐다.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미국과의 관계악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국에 이로울 것은 없다.

오폭사태가 이렇게 봉합될지라도 우리는 유고공습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의 외교적 군사적 실수가 부른 미·중 및 미·러관계의 갈등이 앞으로 국제문제 해결과정에 두고 두고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게 된다. 유고공습 과정에서 미국은 어렵더라도 유엔의 통로를 더욱 활용했어야 한다.

결국 나토자체의 해결로 넘어가기엔 러시아와의 갈등이 컸기 때문에 해결방안으로 유엔평화군 파견을 러시아와 합의하는데까지 이르렀다가 오폭사태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 안보리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미국은 국제분쟁의 해결을 포기하든가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한 무리한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코소보사태로 러시아와 중국은 더욱더 미국과의 거리를 벌리면서 결속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옛 냉전체제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의 악몽이다.

우리는 코소보사태로 증폭된 미·중간의 갈등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안보환경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게 된다. 우선은 4자회담등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걱정이지만, 중국의 자존심을 군사력증강에서 찾으려는 중국의 시도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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