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김의수 치과의원」. 북적이던 환자들도 모두 돌아간 오후 7시께지만 의사 김의수(金懿水·38)씨는 컴퓨터 앞을 떠나질 않는다. 업무때문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
김씨는 지난달 18일 테크비즈니스랜드 주최로 열린 「전국게임경진대회」에 같은 동네의 선배 치과의사 이원구(李元九·42)씨와 팀을 이뤄 참가, 「노익장」을 과시했다.
1,000여명의 쟁쟁한 게이머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인천 지역 예선을 당당히 1위로 통과한 뒤 본선에서도 32강까지 무난히 진출했다. 16강전에서 강적을 만나 아깝게 탈락했지만 「최고령 본선 진출자」라는 영예로운 훈장(?)을 달 수 있었다.
연세대 치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들게 된 것은 지난해 9월께. 인천지역에 두루넷 고속전송망이 깔리면서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과 접해보고 싶어 게임동호회에 참가하게 됐다.
『이전까지는 오락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주변사람들은 전문직에 있는 「노땅」들이 무슨 게임이냐고 핀잔도 많이 줬지요』 특히 가족들은 이들이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퇴근도 하지않고 몇시간씩 게임에만 매달리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게임도 골프나 등산, 바둑 등과 같은 하나의 취미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어느 취미를 막론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깊숙히 빠져드는 것 아니겠어요』 이들이 말하는 게임의 장점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
특히 다른 게이머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이들은 젊은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통관심사가 생겨 하루하루 늘 젊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한창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중·고등학생들이 게임에만 매달리는 것은 이들에게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
『어른들은 자제력이 있지만 어릴 때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선에서 게임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대 게임광」들에게 「노땅 게임광」들이 전하는 조언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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