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가까이 다가서는 경찰상이 겨우 이런 것입니까』제약회사 직원 안모씨는 최근 아내가 당한 소매치기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태도를 생각하면 분을 삭일 수가 없다. 김씨의 부인(32·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은 3월 15일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대형할인매장에서 아기를 카트에 태운 채 쇼핑을 하다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즉시 카드사에 도난사실을 신고했지만 이튿날 확인하니 범인은 벌써 주택은행 능곡지점에서 140만원을 빼내 가버렸다. IMF로 보너스가 없어져 간신히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안씨는 곧바로 주택은행 능곡지점과 할인매장을 찾았다. 두 곳의 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해보니 쇼핑중이던 아내 주변을 맴돌던 검정가죽점퍼 차림의 40대 남자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간 사실을 확인했다.
즉시 경찰에 이같은 사실을 신고했으나 담당형사는 보름이 지난 지난달초에야 은행을 찾아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담당형사는 그러나 CCTV 테이프를 공문으로 신청한다며 또 차일피일하면서 한 달을 더 보냈다. 안씨는 수시로 수사를 요청했으나 『기다려보라』는 대답만을 들었을 뿐이다. 답답한 안씨는 경기경찰청 감찰계에 사건 조기처리를 요구했고, 지난달말 담당형사로부터 용의자 얼굴사진을 입수했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찰이 입수한 사진은 쇼핑센터에서 아내주변을 맴돌던 「용의자」의 모습뿐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범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경찰이 은행측에 테이프 제출요구를 미루는 사이 은행측이 내용을 지워버린 것. 결국 용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면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게 돼 버렸다.
『도둑에게 당하고 경찰에게 또 당해야 합니까』 안씨부부에게 경찰은 또 어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지 궁금해진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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