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학문이고, 이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은 노벨상이다. 69년 제정된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는 지금까지 모두 43명인데, 그중 미국이 28명으로 압도적이다. 아시아인으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인도 출신 아마르티아 센이 지난해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그런데 노벨상을 거의 휩쓸고 있는 미국에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 경제학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9년째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그것이다. 미국은 4% 중반인 성장률, 1% 수준인 저물가, 29년만에 최저인 4% 초반의 실업률등 인플레 없는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그린스펀 미 FRB의장이 『미 증시에는 거품이 많다』고 경고했지만, 미국 경제에는 활황_불황이라는 경기사이클이 없어지고, 호황_안정_호황이 반복되는 등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문이 많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이를 「신경제(New Economy)」라고 부른다.
■이 「신경제」 때문에 미국 경제는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전통 이론으로 무장한 이들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주요 금융기관과 제조업체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상당수 해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는 고급두뇌로서 대접을 받았으나 이제는 현장 경험이 많은 실무분석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이론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파생금융상품 평가이론으로 97년 노벨상을 수상한 마이런 숄스 스탠퍼드대 교수와 로버트 머튼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들의 이론을 실행에 옮겼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70년 수상자인 미국 MIT대 새뮤얼슨교수는 더 나아가 『경제학이 정밀한 과학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경제학자나 전문가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어떤 새로운 이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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