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없나? 클린턴이 계속 미사일을 쏘도록 하라구, 즉각 응징해 줄테니까』 8일 미국의 시청자들은 NBC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불바다」발언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7일 내외신 기자들이 즐비한 가운데 기업가들에 대한 수상식이 벌어지고 있던 러시아 크렘린궁.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보좌관들이 미리 마련한 수상자에 대한 치사를 읽어나가다 갑자기 코소보 사태로 말을 돌렸다. 생방송 현장은 아니었지만 러시아 언론과 외신 합동취재단으로 참석한 로이터 통신의 방송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원고에도 없는 즉석 발언은 한동안 계속됐다.
『버르장머리 없게 유엔의 승인도 없이 제국주의 시대에나 가능한 주권국가를 공격하다니』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그의 얼굴은 더욱 실룩거렸다.
크렘린측은 즉각 비상이 걸렸고 참석한 기자들에게 보도금지를 요청했다. 다행히 참석했던 전 언론사는 현장에서 비보도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로이터 통신에서 일어났다. 직접 보도를 할 수는 없지만 합동취재의 관례상 테이프를 타 언론과 공유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공개했고 미 NBC방송이 전국에 전파를 내 보낸 것이다.
옐친의 또한번의 기행으로 그의 중병설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96년 심장병 수술을 받은 이후 외국방문에 나서 방문국을 헷갈리는 등의 기행을 이어온 그였다. 지난주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에게 『유고연방의 화해를 이끈 업적에 감명했습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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