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중국 상하이공항에서 추락했던 대한항공 6216 화물기는 이륙 직후 정상항로에서 이탈해 1.5㎞나 날아갔으며 그뒤 급히 왼쪽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동체가 거의 엎어지는 「뱅크」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밝혀졌다.이같은 사실은 9일 공개된 사고기 블랙박스의 조종실 음성녹음기록(CVR)에서 확인됐다.
음성녹음기록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륙 직후부터 예정 항로에 진입하지 못해 곤경에 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장은 비행기가 이륙후 예정 항로에서 1.5㎞ 오른쪽으로 벗어나자 『왜 이게 안돌아가냐』며 난감해했다.
관제탑이 정상항로 진입을 요구하자 기장과 부기장은 기수를 급히 왼쪽으로 돌리느라 곤욕을 치렀으며 이 과정에서 기장은 『야 이거 엎어지겠다. 비행기 왜 이러냐 이거?』라며 연신 진땀을 흘렸다. 『곧바로 노벰버호텔 위스키(누하우지역)로 좌회전하라』는 공항 디파처(이륙뒤의 교신상대)의 지시에 이어 『뱅크』라는 부기장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흘러나왔다.
가까스로 뱅크 상태를 벗어난 비행기는 900㎙에서 1,500㎙ 지점으로 올라가라는 공항 디파처의 지시를 1,500피트로 잘못 말하는 등 혼돈을 겪기도 했다. 공항 디파처가 『고도는 1,500㎙를 유지하라』고 지시한 뒤 기장이 『얼마까지 올라가라 그랬어』라며 고도를 묻자 부기장은 엉뚱하게도 『1,500피트』라고 대답, 미터와 피트를 착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슬랫(양력장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부기장은 『어 이게 안먹죠? 슬랫이요 슬랫업』이라고 말했고 「삐」하는 고도경고음도 울렸다.
이후 기장은 『야 이거, 스로틀 스로틀(엑셀레이터)』을 외친 뒤 조종간을 잠시 고정시켰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야야야야, 언유주얼(비정상)』이라며 비명을 질렀다.
건설교통부는 『음성기록장치의 내용만으로는 엔진결함인지 조종사 실수인지가 확실하지 않다』며 『정확한 사고원인은 미국에서 해독중인 비행자료수집장치(QAR) 내용이 나와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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