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의 여정」.3월 로마교황청에서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을 영접함으로써 이슬람과 가톨릭의 「문명의 만남」을 주선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번에는 동·서 기독교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화해의 종교순례를 떠난다.
3일간 일정으로 7일 시작되는 교황의 루마니아 방문은 2,000년 기독교 역사상 처음 있는 로마대주교의 유럽내 정교(正敎)권 국가방문이라는 세기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또 1054년 기독교 「대분열」(Great Schism) 이후 1,000년만에 이뤄지는 교황의 정교권 방문이기도 하다. 79년 회교혁명이후 처음으로 회교권 지도자인 하타미 대통령을 접견했던 교황이 이번에는 기독교 종파간 대화의 가교역을 자임한 것이다.
루마니아는 2,200만 인구중 87%가 정교를 믿고, 가톨릭신자는 5%에 불과한 대표적인 동방정교 국가. 그러나 1948년 동방 가톨릭 교도에 대한 탄압의 일환으로 공산정권이 2,500여개에 달하는 가톨릭 교회 소유권을 정교 교구에 강제 이양하면서 끊임없는 종교분쟁에 시달려 왔다.
특히 공산권 붕괴이후 가톨릭측은 정교회측에 빼앗긴 재산의 환원을 요구해 왔고, 정교측은 가톨릭이 개종자를 부추기고 있다며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해 왔다. 이번 교황 방문을 계기로 양측은 상호 비방과 폭력을 자제키로 해 「새로운 역사탄생」 에 일조를 했다.
라두 바실레 루마니아 총리는 『교황방문은 루마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유럽연합(EU)에의 조기 가입에 실패한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역사적 쾌거』 라고 평가했다.
86번째 해외 나들이가 되는 이번 루마니아 방문을 시작으로 교황은 올해에도 왕성한 해외 활동을 벌인다. 18일 79세가 되는 그는 6월 모국인 폴란드에서 2주간 체류한 뒤 7월에는 3일간 일정으로 아르메니아를 방문한다. 올해말에는 아시안 투어가 계획돼 있다.
지난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쿠바 방문을 강행했던 교황은 올해 회교권 뿐 아니라 베트남 등 아시아의 불교권 국가로까지 행동반경을 넓혀 「종교의 대화합」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이라크, 이란 등 중동의 반미 반패권 국가에 대한 방문 의사를 피력하며,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교황의 새 밀레니엄 구상에 지구촌 종교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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