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연봉을 불과 며칠만에 벌었다』는 말이 넘쳐나는 요즘 증권사 객장은 발디딜 틈이 없다. 운영자금을 들고나선 사업가나 자영업자, 소와 땅을 판 농민, 하숙비와 아르바이트수입을 턴 대학생, 은행대출까지 받은 공무원과 직장인들은 거의 출근하다시피 한다. 결혼자금이나 전세금을 빼 투자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모두가 한 건 하겠다는 의욕과 희망에 차있다.이렇다보니 관리대상에 포함된 부실주도 연일 상한가를 치고 고객예탁금이 9조원을 넘어서는 각종 기록들이 양산되고 있다.
IMF침체에 허덕이던 부동산시장도 이상 열풍에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첨만 되면 분양권 전매로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농간과 업체의 사행심 조작에 솔깃한 사람들로 분양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지난 2월 2,400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서울의 한 조합아파트 분양 현장에 3만여명이 몰려 자릿세와 새치기 소동이 벌였으며 최근 들어선 수도권 유명 아파트와 서울시 4차 동시 분양에서도 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괜히 손해보는 것같은」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되면서 돈을 좇는 발길들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대형펀드들이 주도하는 주식 붐에 너도 나도 유혹받고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단기간에 벌었다는 주변의 얘기에 괜히 가슴이 설렌다.
돈바람은 주식이나 부동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요일」이라고 통하는 주말이면 과천경마장이나 수도권 장외경마장엔 입장객이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어났다. 외제차·아파트·1,000만원짜리 상품권 등 백화점의 고액 경품권에도 수십만명씩이 응모,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든 확률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꿈만 꾸면서 한 건을 노리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군상도 많다. 이때문에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사회의 안정성마저 위협할 정도가 됐다.
전문가들은 IMF이후 실직하거나 수입이 줄면서 경제적 보상 심리가 팽배해 있는데다 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 자금까지 풀리면서 과거와 달리 전계층이 한탕주의에 뛰어들고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나미신경정신과 이나미(李那美·39)원장은 『돈이 있는 사람은 더 벌려고, 출구가 막힌 저소득층은 또다른 기회를 찾아 마지막 승부를 벌이는 듯하다』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득재분배의 왜곡으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자칫 한탕주의 유혹에 노출된 중산층이하의 「몰락」을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3면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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