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趙重勳)회장이 여러가지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국내 제일 항공사의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된 심이택(沈利澤)대한항공사장은 하루시간을 아무리 쪼개도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업무파악과 항공사고에 대한 내부적인 원인진단으로 눈코뜰새가 없다. 심사장은 급직원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해 처우개선이라는 응급조치를 취한 뒤 조직진단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다.-잇따른 사고로 대한항공의 주 고객인 국민들이 불안해합니다. 고객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항공업은 국가경제의 동맥이나 다름없습니다. 일련의 사고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그저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앞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해 안전한 항공사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항공기는 철저한 정비 과정을 거친 후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지연운항이나 회항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해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우리가 추진중인 계획과 조치들을 장기적 안목에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97년 괌사고이후 유난히 사고가 많았는데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사장이 바뀐다고 사고가 줄어든다는 보장을 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만 보면 규정과 절차를 100% 준수하지 못한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적당주의가 습관화된 탓이고 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회사 발전에 동참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장이 누가 되건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킬 경우 안전운항체제 확립도 그리 어려운 과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취임이후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물론 안전확보입니다. 안전확보는 그러나 모든 행위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안전확보에 대한 기초작업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직원들의 사기진작입니다. 처우개선을 통해 「뭉쳐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역으로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책임과 처벌 또한 강화할 계획입니다. 권리와 책임이 동시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할 생각입니다. 언로를 열어 일선창구에서 경영층까지 수시로 털어놓고 대화를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스스로 귀를 항상 열고 있습니다. 조만간 일선창구로 달려가 직원들의 생각을 듣고 현장 결재도 하겠습니다』
-부사장으로 재직할때 안전담당이었으므로 일련의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지않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사장시절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신임사장으로서 경영의 재량권을 위임받은 이상 강력하고 효과적인 개혁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며 시간을 주시면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전항공사로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너체제하의 전문경영인이 과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일반의 관심이 많습니다.
『사장 취임후 조중훈회장께서 자신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경영하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마음으로 격려는 하되, 간섭은 않을 것이라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사원으로 출발해 최고경영자의 위치까지 올랐으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오로지 안전운항체제 정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관계에 대해 정부와 여론의 시각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에는 「경쟁=상대방 죽이기」로 인식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신사적인 경쟁을 통해 윈윈(Win-Win)체제를 만든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적입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대화의 물꼬를 트는 노력조차 없었습니다. 양사 모두의 책임입니다. 곧 대화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약력
▲1939년 인천 출생 ▲57년 서울고 졸업 ▲63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65년 서울대대학원 화학공학과 졸업▲68년 ㈜한진상사 입사 ▲ 80년 대한항공 이사 ▲88년 항공우주사업본부장 겸 항공기술연구소장 ▲91년 대한항공 부사장 ▲94년 대한항공대표이사 ▲99년 4월22일 대한항공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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