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요? 차라리 「텔레토비 날」이라고 부르는 게 맞아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과 네살배기 딸의 아버지인 서모(34)씨는 『5일은 그야말로 텔레토비로 시작해 텔레토비로 끝난 날』이라며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아침부터 아이들 손에 이끌려 백화점을 찾은 서씨는 3만5,000원짜리 텔레토비 인형을 1개씩 사줬다. 지난달에도 두개를 사줬지만 어린이날을 맞아 『텔레토비는 모두 4개』라고 조르는 아이들 성화를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서울 근교의 공원에 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차가 막히자 여지없이 「텔레토비 풍선」을 파는 행상들이 줄지어 나타났고 이때마다 환호를 질러대는 아이들 탓에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또 아이들이 집어드는 T셔츠나 과자, 음료수 등에는 여지없이 텔레토비들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서씨는 텔레토비에만 고스란히 10여만원을 썼다.
KBS가 영국 BBC로부터 수입해 지난해 10월부터 방영한 「꼬꼬마 텔레토비」관련 캐릭터사업은 누구나 손대는 족족 IMF이후 최고의 「돈 되는 사업」이 되어버렸다. BBC는 지난해 텔레토비만으로 9,000만파운드(약 1,800억원)상당의 수입을 올렸으며 우리나라도 이미 50여 업체가 라이선스계약으로 150여종의 캐릭터 상품을 만들고 있다. 계약단계에서만 30억원의 로열티가 지불될 예정이지만 앞으로 판매량에 따라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캐릭터상품시장규모는 6,000억원. 하지만 자체개발 상품은 전무한 실정이고 디즈니 등 미국과 일본 제품이 90%이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텔레토비 열풍에 힘입어 1조원 이상의 황금시장이 될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토종 캐릭터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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