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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지리산 영목다전(다전)의 차향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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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지리산 영목다전(다전)의 차향기 속에서

입력
1999.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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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골짜기 차밭에 간다는 설렘속에서 미리 구례까지 가는 표를 예매하고 오전 10시에 기차로 서울을 벗어났다. 역에서 만난 동료들의 환한 미소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산천초목은 푸르른 잎으로 강산을 물들이고 가끔 만나는 진분홍 복숭아꽃이 너무도 아름답다. 구례에 도착해 찾은 곳은 쌍계사 근처 차밭. 산길을 돌고 돌아 영목다전으로 오르는 길은 너무도 가파르다.「진희」라는 덩치크고 순한 수문장 강아지의 환영 속에 들어선 고택에는 정원 가득 배꽃이 환하고 차막과 황토가마니가 이채롭다. 손님을 위한 넓다란 사랑방에는 차향기가 가득하다. 우전차와 작설차가 그득하고 괴목으로 만들어진 다전주인의 차상이 별스럽다. 주인은 올 봄 새로 따낸 차로 손님들을 대접한다.

주인이 독일어전공자라 하지만 애교스런 작은새 둥지와 땡삐의 벌집, 전각 등 방안 가득한 모든 살림살이의 정취가 오직 차와 수련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 그대로이다. 황토방도 고향의 힘을 더해준다. 부산서 온 팀이 애써 만든 저녁을 먹고 차를 볶고 손으로 미는 작업을 했다. 향기와 손에 닿는 찻잎의 촉감이 무언지 모를 감흥을 느끼게 한다. 밖에서는 캠프파이어의 소나무 연기속에서 노래가 한창이다. 숯불 바비큐로 입안 가득 소나무향을 맛본다.

새벽 5시 민박집 문을 나서는데 진돗개가 문 앞에서 졸린 눈을 꿈벅거리며 서서 비켜주지를 않는다. 어쩌나하고 한참 있으려니 슬그머니 또아리를 틀고 머리를 묻으며 안심하라는 표정이다. 차밭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냇물소리가 계곡을 깨우고 이슬이 함초롬히 내린 나무와 풀은 보드랍다.

차밭에서 새 혀만한 찻잎을 딴 뒤 산 모퉁이를 돌고돌아 산초며 매실의 단맛이 들기를 바라고 내려와 칠불사 극락보전 앞에 섰다. 법당 안에서는 여학생들이 결혼식 예행연습으로 축가를 부르고 있었다. 신부는 어디있나 궁금하다. 내려오는 길에 하객들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섬진강가의 음식점에서 송어회와 메기매운탕으로 배를 채웠다. 동료의 차에 몸을 싣고 청주로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밤 12시에 서울에 도착했다. 아직도 입안 가득 차맛이 달콤하게 감돈다. 들고 온 우전차로 지리산의 차맛을 다시 음미해 보리라. 전통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지리산 차마을. 5월말까지인 차따기가 끝나기 전에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최윤희·주부·서울 성북구 동선동 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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