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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난민촌] "빨리 돌아가고 싶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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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난민촌] "빨리 돌아가고 싶다" 절규

입력
199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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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비전…' 박창빈목사 코소보난민촌 르포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 한국(회장 오재식·吳在植)은 지난 달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알바니아의 코소보 난민촌에 구호단을 파견, 구호물품과 의약품을 전달했다. 구호단 대표였던 박창빈 목사(후원개발본부장)가 본보에 현장 소식을 전해 왔다.

20세기를 이렇게 잔혹하게 마감하고 말 것인가.

코소보의 난민들이 대거 밀려오는 알바니아의 모리나(Morina) 국경 초소. 4월30일만 해도 9,000명 이상이 이곳을 통과했다. 밤 9시까지도 2,500여명이 난민수용소에 들어가기 위해 차량에서 대기했을 정도이다. 이곳은 3일전까지도 국경이 봉쇄되어 있었다.

그러나 29, 30일에 있었던 나토군의 유고 공습 이후 모든 난민들은 이곳으로 몰도록 조정된 듯 유일하게 대량 난민 유입이 허용되었다. 새벽부터 이곳으로 찾아온 난민들은 모두 불안에 휩싸인 채 지치고 허기진 모습이었다.

초소는 반드시 탈 것을 통해서만 통과하게 되어 있어서 온갖 바퀴달린 차량들이 동원됐다. 낡은 트랙터에 20~30명이 타고 있는 것은 보통이고 딱정벌레 차에조차 7명이 타고 있었다. 코소보 전 지역에서 몰려오는 그들은 한결같이 맨몸이었다.

이들은 초소에서 월드비전을 비롯한 국제구호단체가 제공하는 담요 한 장, 베지밀류의 음료, 간이천막등을 받았다. 모리나 국경초소를 통과한 난민들은 국경 도시 쿠케스로 옮겨가야 한다.

눈 덮힌 잘리차산의 세개 봉우리에 싸인 채 호수를 안고 있는 쿠케스는 인구 4만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였지만 갑자기 난민촌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집계로는 알바니아 난민 36만명 중 10만 내지 12만명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난민들은 취재진이 다가가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손가락 두 개를 펴서 V자를 그렸다. 「승리」를 뜻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뜻한다고 하였다. 우리가 『그것으로는 모자란다, 손가락 하나를 더 펴서 「평화」를 주장하라』고 하자 그들은 손가락 하나를 더 펴서 「평화」를 외쳤다.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이냐』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들은 돈이나 가재도구가 아니라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고향에서는 나토의 공습으로 열차가 폭격을 받고 사상자가 쏟아지고 세르비아군은 무작정 들이닥쳐 떠나라고 위협해서 쫓겨온 이들에겐 방금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꿈이었다.

이들을 보며 어떤 종교 정권 민족의 이름으로도 전쟁을 일으킬 명분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컴퓨터 게임처럼 펼쳐진 나토와 미국의 공격, 세르비아계 유고의 만행... 이 전쟁에 누가 이기고 지느냐만을 따진다면 결국 탐욕에 찬 악령 앞에 모두 파멸하는 축제가 될 뿐이다. 그러기에 세계의 모든 힘과 양심은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다시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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