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냉면 붐이 일고 있다. 북한에서 가수활동을 하던 김용씨가 96년 일산에 문을 열었던 냉면집 「모란각」은 그동안 44개의 분점을 갖게 됐다. 음식점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점포망이다. 동독 유학생 출신인 전철우씨의 「고향랭면」은 1년 2개월만에 40개의 체인점을 거느렸다.김정일의 기쁨조 출신으로 유명한 신영희씨의 「진달래각」은 북한 상류층이 즐기는 냉면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1년동안 대형 체인점 3개를 거느린 요식업체가 되었다.
■이번에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냉면집이라고 선전하는 평양의 「옥류관」 서울분점이 생겼다. 엊그제 서울 역삼동에서 개업한 이 냉면집은 메밀 수수같은 식자재와 냉면그릇 등 집기류를 모두 북한에서 들여왔고, 평양본점에서 여러차례 조리기술을 연수한 재일동포 조리사를 데려와 본바닥 냉면과 가장 근접한 맛이라고 선전한다. 그래서인지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도 300평 가까운 매장에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냉면은 북한지방의 전통음식이어서 광복 당시만 해도 서울에는 냉면집이 하나 뿐이었다. 6·25 동란 이후 북한 피란민들이 차린 냉면집이 늘어나면서 남쪽 사람들에게 그저 신기한 별식 정도로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불고기와 함께 가장 인기있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 해도 국가부도의 경제위기 속에 유독 냉면집만 호황인 이유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양쪽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즐기는 현상이 혹 남북관계와는 관련이 없을까.
■알게 모르게 남북간에는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한국인은 3,300명으로 그 이전 9년간의 방북 연인원 2,400여명보다 많다. 제3국에서 이루어진 이산가족 상봉이 100건을 넘고, 생사확인도 400건에 가깝다. 신포에는 남한 근로자 600여명이 상주하며 원전 건설작업을 하고 있고,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사람이 5만명을 넘었다. 북한이 조금씩 빗장을 열고 있는가. 때 아닌 냉면붐이 통일의 징조라면 얼마나 좋을까.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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