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정부예산을 들여 민주주의 실현의 산 교육장으로 최근 새로 건립된 서울 종로구 평동 4·19혁명 기념도서관이 당초 설립취지와는 달리 사설입시학원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국가보훈처가 정부예산 100억여원을 들여 올 4월 옛 도서관 자리에 지하2층 지상7층짜리 현대식 새 건물을 지어 4·19관련 민간단체에 운영권을 줬으나 이들 단체들은 경영난을 들어 3~7층까지 공공도서관시설을 모두 J입시학원에 임대했다.
이 때문에 기존 도서관에서 사용하던 장서 2만여권은 창고에서 잠자고 있고 민주항쟁의 상징물로 30여년 전통을 가진 4·19도서관을 찾은 시민들과 학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새 도서관 건립 당시 국가보훈처는 건물 1층에 4·19기념 홀, 2~3층은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4층에는 4·19관련단체 사무실, 나머지 5~7층은 일반인에 사무실로 임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2~3층에 들어설 예정이던 도서관은 간 곳 없고, 2층에는 4·19관련 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고 3층부터 7층까지는 모두 J입시학원이 이용하고 있다.
건물 입구에는 4·19혁명기념도서관 현판이 커다랗게 걸려있고 건물시설 안내표시판에도 1~3층에는 도서관이 있는 것으로 적혀 있으나 정작 안으로 들어서면 도서관은 온통 1,200여명의 학원생들 차지다.
이 때문에 이들 4·19관련단체에는 시민들과 학생들의 항의전화가 10여통씩 쏟아지고 있다. 한 시민은 『4·19정신을 기리는 민주항쟁의 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고 100억원의 국민세금이 사설학원 건물을 지어주는데 쓰여진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원래 4·19혁명 당시 자유당 정권 때 부통령이던 이기붕(李起鵬)씨의 사저가 있던 곳. 이씨의 사저는 혁명 직후 4·19유족회의 사무실로 쓰이다 같은 해 국유재산이 됐으며 64년 9월 그 자리에 4·19기념도서관이 들어섰다. 82년 건물소유권을 넘겨받은 두 단체는 95년 11월 건물을 새롭게 개축키로 하고 3년3개월여 공사를 거쳐 지난달 17일 연건평 2,208평 규모의 새 도서관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당시 국가보훈처와 4·19기념 단체들은 『4·19를 모르는 세대에게 혁명의 의의를 알리고 자료수집을 통해 세계혁명사에서 4·19가 갖는 의의를 상기시키기 위해 기념도서관을 건립하게 됐다』밝혔었다.
4·19혁명부상자회 관계자는 『도서관을 갖추려면 32억원이 더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다』며 『올 정기국회에 다시 예산안을 상정하고 1년의 학원 임대기간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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