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치경찰제 시행방침에 편승, 경찰이 수사권 독립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추진은 해묵은 과제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전례없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수사권 독립은 자치경찰제 도입 등과 함께 김대중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경찰개혁위원회가 2일 내놓은 자치경찰제의 수사구조에 대한 기본안은 자치경찰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하고, 고도의 법률적 지식을 요하거나 정치적인 사건은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경찰이 보조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강·절도 및 폭력사건 등 민생침해 범죄가 97년의 경우 전체 범죄의 60.5%에 이른다고 밝히고, 이같은 민생침해 사건은 검사 지휘 없이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생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검찰과 경찰의 이중 조사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수사력의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자치경찰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 수사과정의 철저한 법절차 준수, 인권보장, 경찰의 부정부패 청산, 경찰조직의 제도와 운영 혁신 등 경찰 대내적인 혁신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또 수사는 경찰, 소추는 검찰, 재판은 법원이 담당함으로써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자치경찰제 실시와 함께 수사권이 독립되면 지역간 법집행의 형평성이 깨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강도·절도·과실치사상·상해·폭행·교통사범 등 단순한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경찰에 맡김으로써 같은 사건을 경찰과 검찰이 이중으로 수사하는 비효율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또 부분적이나마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준다면 경찰이 고급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자질향상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경찰에 독립수사권을 맡겨 검찰과 경찰의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국민의 인권이 더 잘 보장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공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치경찰제의 요체는 경찰행정의 민주화, 분권화, 효율성 제고 등을 꼽을수 있다. 경찰이 민주화를 통해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분권화로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조리 개선·기강 확립·수사의 과학화 등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후에 고려해야 한다. 수사권 독립이 자치경찰의 핵심인 것처럼 들고나오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다.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