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던 민간기업들의 올 춘투가 예상 밖으로 「미풍」으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3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최대단위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신임노조 위원장에 온건 실리파 정갑득(鄭甲得)씨가 당선됐으며, 대우 LG SK등 재벌계열사들도 올 임단협상이 대규모 파업이나 마찰없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강력히 반대해 온 서울지하철등 공공부문의 파업은 진통끝에 타결됐지만 민간기업들은 주력사업장들노조의 투쟁열기가 어느 해보다 가라앉은 분위기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째를 맞아 대외신인도와 경제회복의 최대걸림돌인 노사문제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5대재벌 파업없는 무분규타결기대 현대는 올들어 자동차 중공업등 주요계열사들이 예년처럼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주의에 동조, 파업을 벌이는 사업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자동차의 경우 새로 당선된 정노조위원장이 선거유세기간 중 『명분없는 파업은 실익이 없다』며 향후 민주노총의 정치투쟁노선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노총과 일정거리를 둘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측은 이같은 실리파의 당선에 힘입어 노조원의 고용안정을 약속하는 대신 노조측과 무분규임단협 협상타결도 추진하고 있다.
무노조주의를 고수해온 삼성은 5대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4월 초 일찌감치 노사협상을 타결짓고, 올 임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키로 합의했다.
대우그룹은 중공업의 조선부문이 지난 달 19일 매각방침에 반발하여 20일부터 일주일간 전면파업을 벌였으나, 합작법인 설립시 고용 및 단체협약을 승계키로 합의하면서 정상조업을 재개했다. LG그룹의 최대계열사인 LG전자도 3년연속 무교섭 임단협협상을 타결했으며, 화학등 다른 계열사도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분위기가 무르익고있다.
그러나 5대그룹의 대규모사업교환(빅딜)사업장과 매각대상 계열사들은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빅딜대상인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3사의 철도차량사업부문등은 수시로 집회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가 중요 재벌계열사 노조에 강경투쟁열기가 식고있는 것은 구조조정반대등 정치투쟁보다는 일자리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근로자들의 의식변화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영배(金榮培)경총상무는 『민노총산하 금속산업연맹이 파업명분으로 내걸고있는 법정근로시간 단축 및 구조조정 반대주장은 개별사업장의 최고경영자가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근로자들도 대우향상보다는 직장이 먼저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노조상부의 투쟁열기가 하부로 옮겨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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