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잔고 125만원으로 한달 주식거래 4억7,000만원」A증권사 고객인 회사원 김모(35)씨가 지난달 올린 「실적」이다. 한달간 376회, 하루 17회씩 사고팔기를 반복한 셈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장중에 초단기매매를 통해 수익을 노리는 이른바 「데이트레이딩족」이 국내에서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B증권사 전산운영담당 박모 차장은 『고객들의 거래내역을 정리하다가 평균 잔고가 수백만원대에 불과한 고객의 한달간 약정실적이 10억원을 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미수와 신용을 통한 거래를 감안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한 거래빈도이다. 최근 주식거래량이 하루 4억주에 육박하면서 전산매매체결이 30분∼1시간까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초단기 투자의 확산탓이 크다는 것이 증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데이트레이딩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거래 고객들이 집중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10억원가량을 굴리고 있는 이모(42·부동산중개업)씨는 『다양한 정보를 얻고 손쉽게 사고 팔수 있어 지난해 10월 집과 사무실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투자하고 있다』며 『하루 거래대금이 25억원에 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사이버지점과 컴퓨터게임방도 단기투자를 노리는 데이트레이딩족들로 넘쳐나고 있다.
국내에서 데이트레이딩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해 3월. 주식을 판 뒤에 그 돈으로 즉시 다른 주식을 사는 행위를 한번만 허용하던 제한규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말 이후 각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거래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이버거래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면서 데이트레이딩이 본격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1·4분기중 대우 현대 삼성 대신 LG 동원 쌍용 등 7개 주요 증권사의 사이버 증권거래규모가 전년대비 무려 817%가 늘어난 16조원에 달하고 있다.
데이트레이딩의 확산에 따른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A증권사 고객 김모씨의 경우도 본전이 125만원이었다면 한달간 376회의 거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본전의 2.44배인 305만5,000원을 벌었어야 겨우 매매수수료를 충당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데이트레이딩의 확산은 증시를 초단기 투기장으로 만들 우려가 있는데다 증권사 전산시스템의 과부하로 인한 증시혼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대세상승기에는 기업전망에 입각한 중장기보유가 오히려 효율적』이라며 초단기매매현상을 경계했다.
/김준형기자
navido@hk.co.kr
◆데이 트레이딩(Day Trading)
증시호황을 타고 최근 미국에서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투자기법. 장중시세변동을 이용, 소수종목을 대상으로 초단기매매를 통해 수익을 노리기 때문에 기업의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주가의 움직임만을 분석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세흐름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주가 움직임이 빠른 주식을 포착, 매입한뒤 단기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주로 인터넷 거래시스템을 사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데이트레이딩 전용 「투자방」이 등장했으며 올해초에는 데이트레이딩 기법전수학교까지 생겨났다. 인터넷에도 데이트레이딩 관련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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