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沙漠)스럽다」와 「빛항아리」. 박상우(41)씨가 자신의 소설에 가끔 등장시키는 이 단어들은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 키워드다.젊은 그의 주인공들에게 세상은 사막처럼 거칠고 막막한 곳이고, 그들은 어떻게든 그런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을 거두어 자신의 항아리 속에 담고 싶어한다. 박씨의 소설은 바로 빛의 추수를 위한 젊음의 편력의 기록이다.
올해 이상(李箱)문학상을 수상하며 10년 전업작가 생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박씨가 「청춘의 동쪽」(해냄 발행) 과 「따뜻한 집」(샘터 발행) 두 권의 소설을 동시에 출간했다.
전자가 70·80년대 이후 우리 시대 청춘의 삶의 길찾기에 대한 보고서라면, 후자는 전업작가 생활과 동시에 태어난 아들을 10년간 키우며 쓴 작가일기라 할 수 있다.
『아주 오랫동안, 부조리하고 패악한 세상에 응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집요하게 추구하고 꿈꾸어 온 것_ 그것은 세상보다 더욱 패악하고 부조리한 방식으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청춘의 동쪽」의 주인공은 거개 청춘소설의 주인공들이 「악동」이듯 세상의 부조리에 이렇게 대항한다.
서쪽나라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고향인 동쪽나라로 귀향한 그는, 고향 해수욕장에서 공수부대원의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친구들이 그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사랑과의 재회와 친구들의 고뇌 사이에서 방황하던 주인공은 한 친구의 자살로 그가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서쪽나라로 떠난다.
이 줄거리를 통해 작가가 그리는 것은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의 덩어리인 청춘의 시기, 에너지는 분출해야 하지만 곳곳에 널려있는 세상의 덫에 상처입을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박씨는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것은 시대상황을 초월한 청춘의 질문이고, 나는「인생이란 주어져있는 가르침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부화시켜 스스로 그려나가는 지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한 것은 81년. 계엄령과 공수부대원 같은 소설적 장치들이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준다.
하지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특정연도와 지명을 은폐하면서 청춘의 공통분모를 찾고 있다. 귀향 모티프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떠올리게 하고, 해수욕장에서의 살인은 카뮈의 「이방인」을 연상시키며, 주인공들의 방황은 도스토예프스키적 인간형들을 생각나게도 하는데, 박씨 특유의 낭만적 문제의식과 감성적 문체가 싱싱하다.
집요하게 젊은이의 방황과 모색을 자신의 주제로 삼아온 박씨는 『일관되게 지켜온 나 자신의 10년 작가생활을 정리하는 졸업작품으로 생각하고 썼다』고 말했다.
「따뜻한 집」은 5년여 교사 생활을 접고 전업작가로 출발한 뒤, 아들 하나를 낳아 키우며 힘들게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통해 소시민적 삶과 가족의 행복을 그린 작품.
아이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산동네 월셋방에서 바퀴벌레와의 전쟁을 치르며 밤을 지새는 모습 등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독자를 울리고 웃긴다. 「따뜻한 동쪽나라」를 꿈꾸며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C) COPYRIGHT 1999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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