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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너희에게 편지한장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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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너희에게 편지한장 쓰고 싶다"

입력
1999.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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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너희 뜻대로 해라 /신광철 교수 등 23명 지음 /황금가지, 256쪽, 7,000원 -자식 다루기만큼 어려운 일이 또 세상에 있을까? 『요즘 것들은 예의가 없어』 이 말은 공자도 입에 올렸다. 남의 자식 하는 일도 못마땅한데 그 짓을 자기 아이들이 하는 것 보고 참을 도리가 있겠나. 그래서 자식 교육이 어려운가?

대학 교수라고 사정이 다를까? 교수하면 「교육전문가」니까 자녀만큼은 훌륭하게 키우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도 자식 키우는 일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인가 보다.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들의 세계를 주장하는 아이들과 갈등하고, 입시문제는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대학 교수 23명이 이런 심정을 편지글에 담아 「그래, 너희 뜻대로 해라」는 책을 냈다. 40, 50대 기성세대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자녀들과 대학에 다니는 20대 초반 자녀들에게 띄우는 사랑의 편지다.

「아빠는 가끔 너의 마음 속에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사춘기를 맞아 네 안에 자리잡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 성적이 떨어져 속상한 마음, 부모님과 학교에 대한 욕구 불만 등을 네 마음에서 듣는다」. 전북대 노상우 교수는 그렇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던지지 못하고 시간 아까워 공부방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부모는 너희를 맞는 일이 기쁨이 아니라 괴로움」이라고 썼다.

그런 괴로움의 심정으로 커가는 아이들에게 못해 주었던 일, 자신은 흡족하지 않지만 아이들 뜻대로 따라 주었던 일들이 잔잔하게 글 속에 녹아 있다. 전교 최상위 성적에 드는 모범생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기 한 달을 앞두고 만화가가 되겠다고, 그래서 대학 갈 필요가 없으니 자퇴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을 때,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따라주었다. 자퇴신청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학교 교무실을 빠져나오면서 교복 웃옷을 벗어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해방감에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 자퇴시키기를 잘했다」고.

서정인(소설가), 신광철씨 등 전북대 교수의 글이 많고 최창조 전 서울대교수, 김기수 캐나다 매모리얼대 교수 등의 편지도 실려있다. 아이들에게 잘못했던 일은 물론 충고와 바람, 또 어른들이 되새겨야 할 자녀교육의 올바른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미덕은 교수들의 자식 사랑을 넘겨다보는 데 있지 않다. 아이들에게 편지 한 장 쓸 수 있는 용기를 주고, 편지를 쓰면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이끌어주는 데 있다.

시인 마종기식으로 이렇게 말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편지 쓰기를 시작했다. 봄처럼 다정해지기로 했다」. 사랑이 이런 단순하고 다정다감한 가운데 싹트는 것임을, 5월은 참으로 느끼지 좋은 계절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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