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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심할땐 귀를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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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심할땐 귀를 의심하라"

입력
1999.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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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장한 체격의 중년남성 A씨가 찾아와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며칠 전 감기에 걸린 뒤부터 구역질과 함께 어지럼증이 생겨 몹시 괴롭다는 것이었다. 검사 결과 귀 안쪽에 문제가 생겨 오는 전정(前庭) 신경염으로 판명됐다. A씨는 간단한 치료를 받고 며칠만에 정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A씨처럼 해당 진료과를 정확히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어지럼증은 왜 생기나 머리가 어지러우면 대부분 가벼운 빈혈 쯤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빈혈은 「어지럽다」는 말과 동의어로도 쓰인다. 물론 빈혈로 인해 어지러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때 느끼는 어지럼증은 거의 졸도에 가까운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어지럼증과는 양상이 다르다. 고도근시나 사시환자도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어지럼증의 70% 이상은 귀나 귀와 연관된 기관의 이상으로 생긴다. 그런데도 이비인후과에 가보라는 말을 들으면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다.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아무 불편 없이 운동하고 마음대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귓속의 전정기관이 신체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 전정기관에서 출발하는 전정신경은 뇌 속의 중추신경까지 연결돼 있다. 전정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어지러울 뿐 아니라 정상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된다. 귓병은 물론 비행기 엘리베이터 배를 탈 때 등 전정신경을 자극하는 모든 형태의 병적 변화가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진성현기란 어지럼증 가운데 전정기관의 기능장애에 의해 생기는 증상을 진성현기(眞性眩氣), 그밖의 다른 부위 이상으로 생기는 어지럼증을 가성현기라고 한다. 어지럼증의 70% 이상은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생긴다. 외이(外耳) 및 중이(中耳)질환, 전정신경염, 돌발성 난청, 내이염, 약물중독으로 생기는 어지럼증이 여기에 속한다. 진성현기는 난청 구토 이명(耳鳴·귀울림)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머리를 움직이면 어지럼증이 심해진다.

진단과 치료 발생형태나 증상에 대한 문진(問診)이 가장 중요하다. 이어 귀를 정밀검사하고, 만일 귀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신경검사를 해야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하기도 한다.

입원치료가 원칙이다.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와 함께 정맥을 통한 수액요법, 휴식 및 안정치료,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약물은 주로 정신안정제 항히스타민제 진통제를 사용하며 전정기관의 혈액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혈관확장제도 사용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청각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전정신경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짠 음식과 담배, 술 등은 혈관을 수축시켜 어지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전정신경염의 경우 의사에게 눈과 머리, 팔·다리를 움직이는 재활동작을 배워 가정에서 매일 10~20분씩 반복하면 어지럼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훈련을 통해 귀를 길들인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빠른 회전을 해도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고 몸의 균형을 잡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의식이 흐려지거나 언어나 시력장애가 동반된 어지럼증은 뇌졸중 등 뇌의 이상에서 비롯된 응급상황일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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