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문제를 둘러싼 온갖 억측과 해석들이 김종필(金鍾泌)총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8월말까지 내각제논의를 중단하기로 선언했음에도 대통령「주변」에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는가 하면 자신이 우회적으로 한 얘기들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김총리가 1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한「대통령 임기 5년」언급이 사단이 됐다. 일부 언론에 마치 김총리 자신이 김대통령의 임기 5년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곧 내각제개헌을 대통령 임기말로 연기하기로 합의했음을 시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총리실측은 이에 대해『완전히 엉뚱한 왜곡보도』라며 즉각 정정보도요구를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오효진(吳交+力鎭)공보실장은『보고할 가치조차 없어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리실측은『세미나에 참석한 거의 대부분의 편집·보도국장들이 함께 들은 얘기인데, 어떻게 그런 식의 보도가 나갈 수 있고, 더이상 어떻게 해명하느냐』며 흥분했다.
김총리는 이날「현정부 정치개혁의 성공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현재의 정치시스템 하에서는 민주적인 의견도출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대통령에게 임기 5년을 맡기고 개혁을 한다고 했으면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개혁이 어렵다』는 말을 했다. 결국 내각책임제의 당위성을 강조한 말이었는데 마치 대통령 임기보장을 주장한 것처럼 잘못 해석됐다는게 총리실측 설명이다.
하지만 자민련내에서조차『연내 개헌을 하더라도 대통령 임기는 보장해줘야한다』든지, 『내각제 초대 수상을 김대통령이 맡는 방법도 있다』는 얘기나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논란의 여지는 있다.
김총리는 2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기자들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도 특유의 은유적 화법을 동원,『모든 일은 순리에 따라야 한다』『하늘의 뜻을 거스르면「천망」(天網·하늘의 그물)에 다 걸리게 돼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결정적인 시기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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