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0일 덕수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상 최대의 패션쇼 「서울 밀레니엄 컬렉션」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했다. 임금이 조회를 받던 중화전과 함녕전 마당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패션쇼 보기도 처음이지만 이 늦은 저녁에 덕수궁에 와보기도 처음』이라는 한 중년 관람객의 말은 「새로운 패션관객의 창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케스트라와 유진박이 협연한 반주는 즐거운 공연이었고 여운계 박정수 견미리등 탤런트가 모델로 나서 친밀감을 자아냈다. 추첨으로 티셔츠 투피스정장등을 선사하는 이벤트로 축제분위기는 고조됐다. 야외에서 피할 수 없었던 바람과 햇빛, 쌀쌀함이 장애였지만 그조차 낯설어 들뜨는 경험이었다.컬렉션에서 보인 가을/겨울 트렌드는 미디 기장에 슬림한 스타일이 주종이고 기본색인 검정외에 흰색, 아이보리등으로 환해지는 추세였다.
주최자 문화관광부가 주창한 「패션의 대중적 접근」은 일부 성공이었다. 회당관객 평균 1,500명. 거의 매회가 매진됐고 진태옥 지춘희 송지오 부르다문등의 쇼에는 좌석보다 500명이나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참가디자이너 36명, 수백명의 쇼 스태프와 모델 100명과 진행요원 100명등 총 1,700명의 참가, 64㎙의 최장 캣워크 길이등 면면이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걸로 끝나기엔 아쉽다. 「세계적 브랜드 육성」이라는 더 큰 목표는 많은 과제를 남긴다. 수준의 격차가 분명하고 디자인의 지향점이 어수선한 이번 쇼는 다분히 「국내용」이었다. 처음부터 해외 바이어는 포기했지만 축제만으로 「세계 속의 브랜드」가 가능한 건 아니다.
디자이너들은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조직적이고 강력한 홍보마케팅력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선 한국적 이미지에 대한 홍보와 막대한 물량의 광고가 곁들여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 행사큐레이터 한영아(계명대 패션학부)교수는 『이번 행사에서 나타난 대중적 선호도와 판매율등이 정부차원에서 지원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의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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