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벌이는 이해찬(李海瓚)교육부장관 퇴진 서명운동이 교육계에 연일 큰 파장을 낳고 있다.30일 현재 전국 36만명의 교원중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20만여명(교총주장). 그런 만큼 이번 사태는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되돌아보고 교원 사기 진작책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는 계기가 됐지만, 이에 따른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우려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일선 교원과 각 교육단체, 교육당국의 주장과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서울 S초등학교 한 교사는 며칠 전 동료 교사가 전해주는 서명용지에 흔쾌히 이름을 적었다. 『이해찬장관이 온 이후 교육계가 황폐화했다』는 생각에서다. 전체 교사 46명중 서명에 참여한 45명이 뜻을 같이했다.
D초등학교 교사 40명 가운데 출장자를 제외한 38명도 하루만에 서명을 마쳤다. 모여고 김모(48)교사는 『아예 무관심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발적으로 서명했다』고 말했다.
교원들 대부분은 서명참여 여부에 관계없이 『교직생활에 환멸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D초등학교 교감은 『교원들을 모두 개혁대상으로 몰아붙여 사기가 땅에 떨어졌는 데 불만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M초등학교 여교사는 『언제부턴가 교육연구 등에 의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새정부 들어 각종 교육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촌지 안받는 교사 우대, 체벌금지 등 교사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조치들이 무리하게 강행돼 교사의 권위가 형편없이 무너졌다』고 입을 모았다.
전교조 관련내용에 동의하지 않아 서명을 거부했다는 전교조회원인 모중학교 교사는 『이번 서명운동은 외견상으로는 장관 개인 퇴진운동으로 보이지만 지난 수년간 침체된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교조 교사는 『8월 말 명예퇴직 신청을 한 교사들이 예년의 5배인 1만여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교육당국은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들의 서명사태를 보는 학부모들의 반응은 그리 탐탁지않다. 학부모 이모(43·여)씨는 『교사들의 절박한 심정도 이해는 가지만 장관에 대한 조직적인 인신공격은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들이 경기 D고교에 재학중인 진모(42·여)씨는 『정부와 교사들의 힘겨루기로 교육이 파행으로 흐른다면 결국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오겠느냐』고 우려했다.
학생들도 『하루빨리 학교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K고교 이모(17)군은 『요즘 선생님들 분위기가 뒤숭숭해 학생들마저 어수선한 기분에 휩쓸려 있다』고 전했다. H여고 2학년 홍모(18)양은 『학교교육이 파행으로 흐르는 게 누구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학교가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안준현기자dej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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