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뇌물을 주고 병역특혜를 받은 병무비리 관련자 207명을 적발, 100명을 구속하고 80명은 불구속입건, 27명은 수배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돈을 주고 청탁을 한 사람들이 은행장부인 기업인 교수 의사 공직자 연예인 등 부유층이거나 유력인사들이어서 공분을 샀다. 유전면제(有錢免除) 무전입대(無錢入隊)가 헛소문 만은 아니라는 점도 입증됐다.■그런데 이들 병역특혜 청탁자 대부분이 재판과정에서 집행유예·보석 등으로 풀려났다.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모집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됐던 이회성씨도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를 두고 「사법적 특혜」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많다. 법원은 병역특혜 청탁자들이 대부분 초범이며 범행이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심정에서 행해졌다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보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경우 『관련자인 서상목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고 미국에 도피중인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의 소환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구속을 무작정 연장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보석은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인신구속을 정지하고 피고인을 석방하는 합리적인 제도다. 이 제도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보편화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살인범이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들 나라에서는 돈의 흐름과 축적과정이 유리처럼 투명하기 때문에 벌을 돈으로 갈음해도 국민들의 감정에 크게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미국이나 영국과는 사뭇 다르다. 돈의 흐름이 투명하지 못하고 축적과정도 떳떳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둑이 피해자에게 큰 소리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유전무벌(有錢無罰) 무전유벌(無錢有罰)이란 말까지 유행하는 상황에서 사법정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박진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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