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독립적 헌법기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을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입법행위나 행정부 견제기능을 행사할 수 있다.형식논리로 따지자면 국회의원은 적어도 소속정파는 물론, 당론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 못지않게 소속정당원으로서의 의무도 중요하다. 정당정치를 위해 당원으로서의 당헌·당규 의무가 더욱 강조되는 것이 오늘날 의회주의 정치현실이다.
29일 한나라당 이수인·이미경 두 의원이 환경노동위에 출석, 여당이 제출한 노사정위원회 관련법률안에 찬성투표를 한 행위는 의회주의의 바탕인 정당정치와 배치되는 행위다.
한나라당은 송파갑 후보로 결정됐다가 이를 전격사퇴한 고승덕변호사문제로 상임위 불참을 당론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론을 어기고 상임위에 출석, 찬성표를 던졌다.
백보를 양보해도 두 李의원이 관련법률안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소속정당의원이 모두 참석해 처리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먼저 했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의 들러리 역할을 충실히 했을 뿐이다.
이들이 당론을 마치 헌신짝 버리듯 한 「소신」은 어디서 나왔을까. 두 사람은 모두 전국구의원이다. 아무리 당론을 위반하고 해당행위를 해도 스스로 탈당하지 않는 한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소속정당인 한나라당이 해당행위를 이유로 제명등 징계조치를 취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무소속으로 행동이 더욱 자유스럽게 된다. 이같은 법의 맹점을 이용한 두 의원의 행위는 정치를 불신의 늪으로 빠뜨리는 요인이 되고도 남는다.
국회의원도 당원된 의무를 다하는 것이 공인된 도리다. 만약 자신의 소신과 당론이 맞지 않을 경우엔 소속당을 떠나는 것이 떳떳한 처신이다.
법의 맹점을 이용해 의원신분을 유지한채 해당행위를 하는 것은 정치불신을 심화시켜 정치를 냉소화시킬 우려가 있다.
변절자 시비는 부끄러운 우리 헌정사의 한 대목이다. 과거에 집권세력들은 틈만 있으면 야당의 분열을 획책하고, 또 이를 통해 야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새로운 변절자를 만들어 내곤 했다. 두 李의원은 이같은 헌정사의 미덥지 못한 전통을 이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처신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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