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사위인 고승덕(高承德)변호사가 한나라당의 서울 송파갑 재선 후보로 결정된지 사흘만인 29일 전격 출마포기를 선언했다.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의 공천전말은 한편의 소극(笑劇)으로 끝난셈이다.○…고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자민련 중앙당사로 박총재를 찾아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박총재는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장인이 여당 총재인데 정치를 하려면 나하고 해야지…』라며 한나라당 공천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박총재는 『스스로 자기 위치로 되돌아온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소중한 사위의 인생문제를 내가 바빠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는데 앞으로 도와야겠다』고 위로했다. 고변호사는 낮은 목소리로 『가족, 친척 및 국민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며 『극복할 수 없는 것은 혈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총재는 고변호사와 함께 북아현동 자택에 다녀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집안 망신』이라고 씁쓸해 했다.
○…고변호사의 후보사퇴 결심에는 가족들의 설득이 가장 주효했다는게 자민련측의 설명. 박총재 내외와 고변호사 부모등 양가는 27일 저녁 박총재 자택에서 가족회의를 열어 출마 포기를 설득키로 의견을 모았다. 가족들로부터 끈질긴 설득을 받은 고변호사는 29일 새벽 박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찾아뵙겠다』고 말했다는 후문. 조영장(趙榮藏)총재비서실장등 박총재 측근들은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인륜적 대결을 피하기 위해 공천결정을 재고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고변호사의 사퇴 결정에는 평소 박총재 집안과 친분이 두터운 국민회의 김민석(金民錫)의원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고승덕(高承德)변호사를 송파갑 재선거 후보로 결정한 것은 26일 오후였다. 당 조직강화특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고변호사를 후보로 내정했고, 이튿날인 27일 아침 당무회의에서 공천을 최종결정했다. 사단은 당무회의 뒤 이회창(李會昌)총재로부터 공천장을 수여받은 고변호사가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갖는 과정에서 생겼다. 고변호사는 『국민회의 공천을 위해 어떠한 행위도 한 적이 없다』고 「준비된」 답을 했다가 「이력서 제출 전력」문제가 제기되자 어물거린 끝에 『공천 신청용이 아니었다』고 얼버무렸다.
28일에는 고변호사가 이달초 공천을 따기 위해 국민회의 지도부를 일순하듯 만났다는 새로운 사실이 터져나왔다.
고변호사는 28일 오후 당내에서조차 자진사퇴설이 돌자 신경식(辛卿植)총장에게 『그런 일은 결코 없다』고 거듭 다짐했고, 이날 밤에는 홍준표(洪準杓)전의원 등을 만나 지구당 인수인계 절차를 밟았다. 고변호사는 29일 새벽 자신의 공천에 결정적 역할을 한 황우여(黃祐呂)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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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파행 빌미될까 우려도
국민회의는 고변호사의 출마포기에 대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정국파행의 빌미가 되지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날 고위당직자 회의중 소식을 접한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 등 지도부는 『도의적으로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한 뒤 야당측의 선거보이콧 등 움직임을 견제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논평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 정치의 특징은 정도를 가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젊은 피를 수혈하려면 정정당당히 인재를 구해야지 여당총재의 사위를「보쌈」해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도 『한나라당은 고씨를 놓친 것에 분통을 터뜨리기 이전에 한가족이 평온을 찾게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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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사위 대결피해 안도
자민련은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사위인 고승덕변호사가 출마를 포기하자 앓던 이가 빠진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박총재 측근들은 『고변호사가 출마를 강행했으면 박총재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장인과 사위간의 반인륜적 대결을 피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자민련은 또 한나라당의 「후보사퇴 압력」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고변호사 아버지의 간곡한 설득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며 『가족들의 만류에 따라 자발적으로 제 자리를 찾은 게 무슨 압력이냐』고 반박했다. 자민련은 오히려 『장인과 사위간의 대결을 조장하려 했던 한나라당이 자성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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