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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어머니, 사랑과 희생으로 돌아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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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어머니, 사랑과 희생으로 돌아온 당신!

입력
1999.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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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 셋에 혼자 돼 이것들 셋 기르면서 굶긴 적도 있소! 눈 딱감고 속치마 한번 걷고 누워주면 쌀 한가마니 주겠다고 하는 남정네도 있었소. 하지만 차마 그 짓 못했소. 사람 거죽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이놈 그렇게 키운 애요!』(SBS 주말 드라마 「파도」의 어머니 역 김영애)『나, 이 아이 하나 보고 살았어.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야!』(KBS 일일드라마 「사람의 집」에서의 어머니 역 고두심)

◆대중문화의 주연에 선 어머니

어머니가 희생과 사랑의 이름으로 다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TV드라마, 연극 등 장르에서 어머니가 대중문화의 주연을 맡고 있다. 때로는 무식하게, 그러나 강한 생활력으로, 무한한 인내로 자식과 가족을 지키고 이끌어가는 어머니상이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 어머니를 생각한다.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의 김혜자, 일일극 「하나뿐인 당신」의 김윤경, 그리고 아직도 관객행렬이 긴 연극 「어머니」의 손숙은 『남편은 인륜이고 자식은 천륜이다』는 지론을 신명처럼 받들고 사는 어머니들이다.

컴퍼스의 바깥축이 아무리 흔들려도 중심축만 움직이지 않으면 원을 그릴수 있듯, 최근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어머니는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오로지 자식과 가족을 위해.

◆변화하는 어머니상

어머니는 드라마를 비롯한 대중문화 속에 항상 나타났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 이데올로기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가속화하기 시작한 70년대. 「꽃피는 팔도강산」의 황정순처럼 자식이 잘못하고 배신해도 감싸주는 희생의 어머니였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80년대. 「보통 사람들」 같은 드라마에선 자식과 남편에서 벗어나 서서히 자아와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어머니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여전히 중심이었다.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으로 아버지들이 고개를 숙이고 젊은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90년대 초중반. 트렌디 드라마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어머니는 젊은이들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났고 소비와 사치의 화신으로 떠올랐다.

드라마 전문가 오명환 여수 MBC사장은 『80년대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여성작가들이 어머니의 자아실현에 초점을 맞추면서 드라마 속 어머니상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왜 요즘 희생과 인고, 사랑의 어머니인가

IMF사태로 가속화하고 있는 부권상실과 가족해체 현상에 대한 반동적인, 일시적 복고풍 유행인가? 아니면 생명경시, 인간성 상실 등이 문제가 되고있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인간성 회복의 소재로서 어머니가 등장하는가?

동국대 신방과 원용진 교수는 IMF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일시적 문화현상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에서도 가족해체의 절정기였던 70, 80년대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보통 사람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같은 영화나 드라마가 유행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 김정수는 견해를 달리한다.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자식과 가족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어머니는 시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이런 어머니는 사람냄새 나는 문화를 창출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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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드라마속의 어머니

어떤 탤런트가 어머니 역에 가장 잘 어울릴까?

70년대, 인고와 자애로운 전통적 어머니상에는 황정순이 단연 돋보였다. 오랜 연륜과 후덕한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 그의 뒤를 이은 우리 시대의 최고의 어머니는 「전원일기」의 김혜자. 보기만 해도 사랑이 묻어날 것 같은 자상한 모습이 더없이 한국 정서에 맞아 떨어진다. 비슷한 이미지로 김윤경 나문희 남능미가 자주 등장한다.

모진 세파를 헤치고 잡초같은 질긴 생명력을 지닌 어머니상에는 정혜선 여운계 김영애 고두심 원미경 등이 제 격. 이중 「야망의 전설」에서 가녀린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위해 온 몸을 던진 김영애가 압권.

매몰차면서도 이기적인 어머니 역도 있다. 80년대의 사미자, 90년대의 정영숙이 독한 어머니 역의 단골. 또한 엉뚱하고 무식하지만 밉지 않은 「푼수 어머니」에는 김수미 박원숙 전원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민자 박정수는 차분한 분위기 덕분으로 지성적이고 조용한 어머니 역을 자주 맡는다.

30대에 접어든 탤런트들도 신세대 엄마 역을 노린다. 초보엄마가 된 김희애(MBC 「하나뿐인 당신」), 김혜선(KBS 「당신」) 등이 어머니 역에 도전하고 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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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의 어머니상 김혜자

「한국의 어머니상」하면 탤런트 김혜자(58)가 떠오른다. 20여년 동안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보여준 김회장(최불암) 안사람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MBC 주말드라마 「장미와 콩나물」을 통해 약간은 무식하고, 약간은 속좁은 어머니 「필녀」로 변신했다. 영화 「마요네즈」에서는 혼자 사는 딸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 위해 몸 바쳐 일하고, 시부모 공양 잘하고. 이런 모습이 흔히 말하는 한국의 어머니상이 아닐까요? 「전원일기」의 어머니야말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어머니인 것 같아요』 자신이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순전히 「전원일기」때문이라고 겸손해 한다.

『이에 비해 필녀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평소에는 남편(김성겸)에게 고분고분 하다가도 새로 들어 온 며느리 앞에서 「야, 야」하는 게 챙피해 막무가내로 대들고. 배운 것은 없지만 순진하고 정곡을 찌르는 말도 할 줄 아는 어머니죠. 짧고 강한 퍼머가 주는 이미지만큼이나 재미있는 어머니상인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작가(정성주)가 「일 년에 한 번만 하면 안풀리는 짧은 퍼머」를 요구했을 때 난감했다. 머리를 바싹 자른 다음 성냥개비만한 기계로 「아줌마 퍼머」를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막상 하고 보니 관리만 잘 하면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처럼 보여 맘에 든다고 한다.

실제 1남 1녀의 어머니인 김혜자는 가정에서는 어떤 어머니일까? 『연기가 좋아 30여년을 드라마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그런 어머니, 그런 아내는 될 수 없었어요. 아이들과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죠』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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