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협회(회장 임원식)는 28일 감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9일 공연예술진흥협의회가 영화 「노랑머리」의 등급분류를 보류한 결정은 창작 표현의 자유를 제한 하는 일이며, 이는 현행 영화법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밝혔다.또 『영화 완전등급제 실시와 등급외 전용관을 조속히 설치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같은 입장은 감독협회를 포함, 8개 영화 단체가 소속된 영화인 협회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노랑머리」(감독 김유민)를 둘러 싼 파문은 영화계 내부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화 「노랑머리」는 「입 닥치고 섹스나 해」 라는 홍보 문안처럼 세기말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 문제는 두 여자와 한 남자의 혼음(混淫)장면이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본 결과 이 영화가 영화 표현 자유의 상징이 될 만한 「수작(秀作)」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수준 높은 작품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영화가 표현의 자유의 「투사」처럼 비추어지는 데는 영화인 스스로도 찜찜해 하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영진공과 공진협의 손발 안맞는 행정. 이 영화는 영화진흥공사가 지난 해 영세한 영화 제작사와 제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문예진흥기금으로 마련한 「영진공 판권 담보 융자 지원작」으로 선정돼 3억원의 융자금을 받았다.
영진공에서 지원한 작품을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서 발목을 잡은 꼴이다. 둘 다 문화부 유관단체이다. 결국 한 쪽은 시나리오만 보고 문제가 될 만한 작품에 돈을 대고, 한쪽에서는 그렇게 만든 영화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잘못을 한 것일까.
영화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영진공에서 자금 지원했다는 게 무슨 작품 보증서냐. 그간 영진공은 나눠먹기식 행정을 해왔다』 영진공의 자금지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추측이 난무하는 데는 영진공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미숙한 행정의 결과는 3억원 문예진흥기금의 낭비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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