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첫 단추를 끼울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던 한나라당의 「고승덕(高承德) 카드」가 끝내 화를 불렀다. 「깜짝쇼」가 빚은 필연적 결과였다.한나라당측은 표면상 극구 부인하지만 상당수 당직자는 고씨가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에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 아무리 마땅한 인물이 없기로서니 남의 당 총재 사위를 데려와 후보로 내세운 것부터가 온당치 못한 행위였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추구하는 이른바 「선진정치」이념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기성 정치인들과 대비한 도덕적 우위 주장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고변호사의 후보사퇴는 외압에 의한 것』이라며 원내활동 전면중단에다 재선거 보이콧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한참 잘못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진정으로 고씨가 결코 거짓말 한 적이 없으며, 가족의 「설득」보다 「외압」에 의해 후보를 사퇴했다고 보는 지 묻고 싶다.
한나라당은 고씨를 재선거 후보로 낙점하기 앞서 그를 둘러싼 각종 소문들에 대해 스크린 작업을 했다. 공천을 최종결정한 26일의 조직강화특위 회의에서는 깊숙한 사생활 문제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결국 회의는 고씨의 해명만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통과의례에 그치고 말았다. 고시 3관왕이라는 화려한 경력의 「젊은 피」에 혹한 집단마취였다. 어쩌면 고씨의 눈에는 정치판이 자신이 출연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의 녹화장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정치권 전체가 젊은 피 광증(狂症)에 사로잡혀 있다. 젊은 피라고해서 혈액검사가 필요없을만큼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다.
/홍희곤 정치부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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