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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칸'으로 가는 단편 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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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칸'으로 가는 단편 세 감독

입력
1999.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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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한꺼번에 무려 네 편. 모두 경쟁부문이다. 단편경쟁(총12편)에 세편은 이번 칸영화제(5월12~23일)에서 한 국가로는 최다. 대학 졸업작품만 겨루는 「시네 파운데이션」에 이인균의 「집행」이 오른 것도 처음이다.그 주역들인 김대현, 김성숙, 이인균 감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기에 이날 만남은 처음. 그러나 셋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단편영화」란 공동의 화두가 있었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진출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의아한 표정. 왜 뽑혔을까 궁금해 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답을 찾아냈다. 죽은 아들을 씻기는 노모의 모습을 담은 「영영」의 김대현은 『시간에 대한 동양적 정서를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의 여성감독 김성숙은 『복권과 포르노테이프로 상징되는 욕망의 이중적 알레고리를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집행관」의 이인균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열린 영화』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느낌과 색깔이 모두 다르듯, 그들의 영화만들기도 제각각이다. 김대현은 「나 홀로」였다. 장비를 싸게 빌려주는 곳, 적합한 등장인물을 혼자 찾아 다녔고, 8㎜카메라로 예습을 했다. 한 방에서 엄마와 죽은 아들의 얘기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제작비(1,300만원)가 가장 적게 들 것 같아서였다.

김성숙은 독립영화집단 「젊은 영화」의 멤버. 시나리오를 12번이나 고쳤다. 97년 서울 청계천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 그들에 비하면 학교(영상원)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한 이인균은 행복한 셈.

그러나 그 역시 돈이 없어 쩔쩔맸고 무거운 주제에 벅차하다가 『내 삶, 고민의 한계까지만 끌고가자』며 준비했던 다섯개의 시나리오를 버리고 친구에게 들은 얘기를 선택했다. 미술공부가 이미지 중심의 「집행관」에서 표현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들에게 단편의 맛은 어디에 있을까? 『다중적으로 읽힐 수 있는 하나의 상황을 강하고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결코 장편영화로 가는 연습이 아니다. 단편만 고집할 생각도 없다.

담긴 내용물에 따라 그릇의 모양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글에서 영상으로 건너온 김대현은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대학을 중단하고 8년 동안 노동운동 현장에 있었던 김성숙은 도덕과 윤리의 경계부근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드러내는 강한 소재를 계속 다룰 생각이다.

그들에 의해 갑자기 커져 보이는 한국단편영화. 『이제 겨우 시작이다. 뿌리를 내리고, 뻗어 가려면 유럽처럼 방송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세 사람. 개성이 다른 그들에게서 한국영화의 또 다른 희망을 본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김대현(30) 성균관대 철학과 졸, 「그들만의 전쟁」 「엘리베이터」오리지널 시나리오, 한국방송작가 교육원 신인상

◆김성숙(36) 연세대 천문대기과학과 졸, 독립영화집단 「젊은 영화」결성(95년), 「인디포럼 96」 기획, 단편「블랙홀」

◆이인균(31)- 서울대 산업디자인과·영상원 연출제작과 졸, 단편 「ID」 「고래」, 「집행」으로 제1회 영상원영화제 연출·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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