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역사유적을 가장 확실히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최근 일부 환경·시민단체가 환경·유적 보호의 방법으로 국민신탁운동(The National Trust For Places of Historic Interest or Natural Beauty)을 전개, 관심을 모으고있다. 국민신탁운동이란 시민 모금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문화유산을 사들이는 운동. 영국에서는 산업혁명때부터 시작됐고 선진국들에서도 이미 활발하게 전개되는 시민운동의 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야 일부 단체가 이 운동에 나섰다. 대전시와 대전시내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대전의제21」도 그중 한 곳이다.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인돈학술원 부근의 숲과 건물이 대상지다. 이곳은 미국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서 교육사업을 하던 곳으로 50년대초 지어진 한·양식 혼합 건물 7개동과 울창한 수림을 갖춰 보호할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게 「대전의제21」의 주장이다. 특히 솔부엉이 새매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을 포함, 52종의 새가 살고있을 정도로 숲이 좋다. 선교사들은 모국으로 돌아가면서 전체 면적 1만2,000여평을 3분의 1정도씩으로 나눠 3개 대학에 무상기부했다. 그러나 이중 한 대학이 이 땅을 팔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려하자 숲의 파괴가 우려된다며 본격 매입 활동에 나서게됐다.
「대전의제21」은 이를위해 「오정골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을 5월1일 발족시키고 「땅1평사기운동」과 「1인1계좌갖기운동」을 전개할 방침. 박용남 사무처장은 『자연환경이 좋은 곳중 상당수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땅주인이 마음대로 하더라도 환경단체로서는 어떻게 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개인 재산권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국민신탁운동』이라고 말했다.
광주의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도 같은 성격의 운동을 펴고있다. YMCA 환경운동연합 아시아자동차 등 광주의 56개 시민단체, 기업체로 구성된 협의회는 94년부터 1계좌1,000원 모금행사를 펴고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무등산자락중 사유지가 67%나 돼 제대로 된 보호활동을 펴기어려워 성금을 모아 사유지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모금액은 1,500만원 정도. 이 돈으로 무등산내 사유지를 모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상징적 의미에서 10월께 200∼300평 정도를 매입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도시연대가 1920년대에 지어진 종로구 경운동 민익두씨의 집을 매입키로 했던 것. 서울지방민속자료 15호로 지정만 돼있을 뿐 관리가 되지않아 허물어질 지경에 이르자 시민 모금을 통해 매입, 보존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땅 값이 평당 수천만원에 이른데다 IMF사태까지 터져 매입은 불발로 끝났다. 다행히 서울시가 올예산에 매입비를 반영했다.
최정한(崔廷漢)도시연대 사무총장은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시민 모금으로 해당 사유지를 모두 사들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모금운동이 시작되면 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이에 호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효과는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시의 경우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가 모금을 시작하자 지난해부터 관리기금을 적립, 현재 4,900만원 가량을 모았다. 또 「내땅 내마음대로 하겠다」던 땅 주인들도 어느덧 모금운동의 영향을 받아 땅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환경·시민단체는 국민신탁운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외국처럼 모금한 돈은 세금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면 국민신탁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정부도 최근 각종 지원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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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풍
단순 놀이시간으로 흐르기 쉬운 소풍이 환경, 역사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울산 무룡고 1학년생들이 환경소풍을 다녀온 주인공들. 환경소풍은 소풍이 지나치게 놀이 위주로 진행되는 것을 아쉬워하던 무룡고 교사들이 뜻깊은 소풍 문화를 마련하기 위해 울산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무룡고 1학년 3개 학급 146명의 학생은 지난 23일 인근 경북 경주시 경북산림환경연구소와 남산을 돌아보았다. 차량은 울산시청과 북구청이 무료로 제공했고 학생들은 도시락 등 개인 준비물을 제외하고 교통사고에 대비, 1명당 2,000원의 보험료를 냈을 뿐이다.
학생들은 오전10시20분 경북산림환경연구소에 도착, 16만여㎡ 규모의 수목원에서 백리향 할미꽃 등 우리나무와 외래나무을 비교해보고 온실의 열대식물, 호랑이 등 박제 야생동물을 구경했다. 이어 낮12시부터 자갈과 모래가 깔려있는 인근 개천을 맨발로 걸어 신라 유적이 모여있는 남산의 마애석불 앞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유적지를 돌아보고 점심을 먹은 뒤 주변 쓰레기를 줍는 자연보호활동도 펼쳤다. 학생들에게는 환경운동연합 등이 준비한 8쪽의 교재와 금잔화 화분 하나씩이 전달됐다.
무룡고 신윤철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놀이시설을 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지만 상당수는 자연과 우리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울산환경연합 허달호사무차장은 『환경소풍이 아직 초기 단계라 보완해야할 점이 많지만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소풍이 전국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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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물가그룹] "에든버러공 기부금 가뭄에 담비같아요"
『도대체 거기가 뭐하는 곳이야』
최근 방한한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부군 에든버러공이 환경기금(6,000만원)을 환경운동연합과 한국식물전문가그룹을 지원키로 하자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환경단체들조차 한국식물전문가그룹이라는 단체가 어떤 단체냐고 묻는 등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태가 연출됐다. 국내 굴지의 환경단체를 제치고 참여하는 활동가가 고작 10명에 명칭조차 낯선 한 단체의 활동보고서가 환경운동연합의 습지보존계획과 함께 당당히 선정됐기 때문이다.
96년 10월 캐나다 몬트리얼에서 열린 국제자연보전연맹 종보존위원회(SSC)에서 승인받아 출범한 한국식물전문가그룹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학술지식을 바탕으로 생물종과 서식처 보존 복원 및 관리 등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전문가집단이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우리나라외에 중국과 인도, 일본에 식물전문가그룹이 활동중이며 매년 말 활동보고서를 SSC에 제출하면 SSC는 연구물의 출판비용 등을 보조받고 매 4년마다 활동상황을 점검, 존속여부를 결정한다.
「한국그룹」의 회원들은 영남대 조경학과 김용식(金用植)교수를 위원장으로 식물원, 수목원, 한국자연보전협회, 대학, 공무원 등 10명. 그룹측은 번듯한 「식물지」한 권 없는 불모지같은 이 분야에서 지난해 3월부터 매 3개월마다 연구성과 등을 정리, 회원 회비로 소식지 「뉴스레터」를 발간해왔다.
김위원장은 『산업화에 밀려 보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멸종위기 식물군과 종이 널렸지만 경비와 인력, 시간 등 제약으로 실질적인 활동을 거의 못했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남해안지방 당숲이나 천연기념물 지정 상록활엽수림, 해금강의 동백나무숲, 울릉도 수목생태계 등 귀중한 식물자산들이 개발 압력에 밀려 언제 사라질 지 모를 운명』이라고 밝혔다.
정부측도 환경부 자연환경보전법으로 생태계보호지역을, 문화재관리법으로 천연기념물을 지정해 법적인 보호에 나서고 있고 산림청에서도 천연보호림을 지정하고 있지만 계절별 구역별 정밀조사나 특정 희귀식물종 개체군 특성조사 등은 절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그룹측은 『환경부가 89년부터 특정야생동식물을 지정했지만 귀화종이 목록에 포함되는 등 선정경위와 원칙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룹에게는 에든버러공의 기금은 단비인 셈. 그간 미뤄왔던 기초조사를 통해 한반도 식물종을 파악한 뒤 희귀성과 절멸위기종 목록을 작성하고 식물의 보전전략 수립 특정 종 복원사업 특산·경제식물 등 보전 연구 자료 DB화 학술모임 등을 벌일 계획이다. 김위원장은 『식물보전은 국가나 전문가집단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이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의 힘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전문가그룹이 그들과의 대화와 정보교환 창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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