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노조의 파업 철회이후 지하철 현장이 「왕따(집단따돌림) 신드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업불참 혹은 조기복귀 노조원들이 「왕따 감시클럽」등을 만들어 자위에 나선 반면 노조는 『오히려 정부가 노조를 사회에서 왕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가 『동료를 왕따하는 노조원들을 구속수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노조는 『검경이 복귀노조원 탄압을 계속할 경우 재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맞대응했다.■지하철공사는 『94년 파업이후 생긴 왕따문제 때문에 이번 파업때도 대다수 조합원들이 복귀를 망설였다』며 『노조에 찍히면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관혼상제때 외면하거나, 식당에서 따로 밥먹기, 휴게소 출입금지, 나이 많은 동료·상사에게 반말 또는 욕설하기 등의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고건(高建) 서울시장은 27일 4호선 상계승무사무소에서 「동료 가슴에 비수를 꽂은 반역자」라는 제목아래 조귀복귀자 리스트가 벽면에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폭행사례가 있으면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3호선 수서승무사무소 직원 230명중 조기복귀자 등 80명은 「왕따행위 감시클럽」을 만들고 녹음기로 왕따사례를 직접 채증하는 등 자체 방어활동에 나섰다.
노조측은 그러나 『조합원간 반목·갈등은 있겠지만, 사측 주장처럼 「인간매장」 행위는 말도 안된다』면서 『또 어느 사업장이든 파업뒤에는 앙금이 남아 노조원간 마찰이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조측은 28일 역무조합원들에게 『경찰이 왕따 전담수사반을 구성, 폭행 등에 대해 무차별 연행하고 있으나,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반조직자에 대한 폭언 등을 자제해달라』는 전통문을 보냈다.
■검경대책과 대응 검찰은 조기복귀한 동료를 폭행·폭언하는 등 「왕따」를 하는 노조원은 전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수사하겠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일선 경찰서에 「지하철 왕따 사건 수사전담반」을 편성했다.
28일 현재 서울시에 접수된 폭력·폭언·협박 등 각종 집단따돌림 사례는 26건. 또 경찰은 이날까지 29건·87명을 접수받아 이 가운데 4건·16명에 대해 폭력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행위만으로 구속이 어려워 파업 당시 불법행위였던 업무방해, 특수건조물 침입 등을 함께 적용할 방침』이라며 『사실 시범케이스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지하철노조 집행부는 이날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사측이 파업후유증에 불과한 우발적인 폭행사건들을 조직적인 폭력사태로 몰아붙이면서 노조원들을 무더기로 사법처리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협상을 거부하고 복귀노조원들을 탄압하면 재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비난했다. 군자차량기지 검수부의 한 노조원은 『공사측이 사소한 시비까지 수사를 의뢰,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분위기가 살벌해 차라리 파업을 계속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녹색교통운동본부 박정택(朴釘澤)이사장은 『서울시나 공사가 노조에 대해 초강수만 고집하면 가라앉은 불씨는 언제라도 되살아날 수 있다』며 『파업이 끝난 만큼 노사간 화합을 통한 수습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황상진기자 april@hk.co.kr 이종수기자 jslee@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지하철 '왕따' 내력
87년8월 노조설립 이후 첫 파업인 89년3월 당시만해도 왕따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사측은 그러나 94년6월 파업때 복귀시한내 복귀율이 99.1%에 달하는 등 「단결력」문제가 제기되자 결속력 강화수단으로 「왕따」를 도입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파업때 해고된 62명중 2명을 제외한 60명이 정치적 타협에 따라 복귀, 다시 조직을 장악하면서 왕따현상이 고착화했다는 것.
이번 파업때 노조원중 대다수가 복귀설득에 나선 서울시 직원들에게 『복귀시한 2∼3일전에 복귀했다는 이유로 5년동안 온갖 따돌림을 당했다』고 말해 사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측은 또 95년8월 단체협상때 「지회장의 정당한 조합활동은 근무에 우선한다」는 조항이 삽입돼 42명의 지회장이 「조직활동」에 전념하면서 왕따가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이 8일을 버틴 이유도 노조지도부가 반조직행위 처벌기준을 마련, 노조원들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측은 이에 대해 노조전임자가 설립당시(노조원 4,000명)와 9,756명으로 두배 이상 늘어난 지금이나 똑같은 25명에 불과,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지회장의 조합활동을 보장해 주었을 뿐이라면 『사측은 사소한 일을 부풀리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