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민들은 정치판이 어지럽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동여당간 논의유보로 한동안 잠잠하는가 싶던 내각제 개헌문제가 뒤이은 정계개편론과 야당의 양다리 걸치기식 논의 가세로 점점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여기에 이인제씨가 귀국, 정계에 복귀하면서 독특한 행보로 파문을 확대시키고 있다.정치판이 어지럽고 불안한 것은 정치인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계의 동요와 재벌 개혁, 실업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사회가 뒤숭숭한데 정치권이 앞장서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으니 국민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의 첫째 덕목은 제반분야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는 점을 정치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십분 새겨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정치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정치의 불투명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큰 틀의 정계개편론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펄쩍 뛰며 이를 부인했고, 대통령은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곧이어 집권당 총재권한대행이 은근히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했고, 여기에 이인제씨가 가세했다. 「큰 틀의 정계개편」은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점차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동안 잠잠하던 내각제 개헌문제도 한나라당이 갑자기 끼어들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들으면 도대체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인지, 대통령제를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내각제 개헌에 대해 사무총장과 총재가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두고 공동정권의 틈새를 가르려는 「꼼수정치」라고 비난하는데, 그런 비난을 받을 만도 하다.
이인제씨와 그의 주변 행태에서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가 공항에서 500여명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나, 다음날 김대중대통령을 만난 뒤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이런저런 언급을 하는 것 등은 「자기 과시」로 오해 받을 대목이다.
그의 그런 모습에서 「낡은 정치」의 한 단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선후보였던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우리는 정치판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인들의 신중한 행보를 다시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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