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자회담 5차 본회담 결산 -27일 폐막된 한반도평화 4자회담 5차 본회담은 실질토의에 진입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조명을 받았으나 가시적 성과는 전무했다.
무엇보다 실질토의의 기본전제인「의제선정」에 있어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측은 단 한가지라도 의제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측은 특히 군사신뢰구축분야에서 남·북한 군사당국간 핫라인 개설등 3개 제안중 하나라도 북한측이 받아줄 것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양측의 깊은 골만 확인한 것이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의제로 먼저 설정되지 않는한 다른 사안들은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형식논리를 시종 견지하며 일체의 타협을 거부했다.
이같은 근본적인 괴리는 현행 정전협정을 평화협정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새 협정체결의 당사국 문제와 관련, 한국측은 현실상황과 법적문제등을 지적하며 한국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미국과 북한간의 문제라며 강경히 맞서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당사국문제외에 우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내용들도 병행해서 논의하자는 한국측의 탄력적제안에 대해서도 북한은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 회담의 의미를 굳이 찾는다면 실질문제 논의의 뚜껑을 열었다는데 있다. 4국은 97년 12월 1차 본회담을 연지 1년 4개월만에 처음으로 내용논의에 집중했다. 2개의 분과위와 운영절차등 형식과 틀이 선 토대위에서 회의의 촛점을 의제선정이라는 한 방향에 맞췄다.
분과위 조직이냐 의제설정이 먼저냐를 놓고 위태위태한 공방을 벌였던「엊그제」를 생각하면 그나마 진일보한 셈이다. 한국측은『이번에 합의된 것은 없지만 서로간에 의도와 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개진하고 확인한 점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평했다.
이번 회기중에도 북-미 양자간 비공식 협의가 거의 매일 열려 4자회담이 과연 그 자체로「자생력」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남겼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안정을 위한 4자회담은 그동안 지리했던「형식」의 터널에서 벗어나자마자 의제선정이란 또하나의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간 형국이다.
/파리=송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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