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환경위기, 인간복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시대에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최근 우리 문학에 환경생태 문제가 중심적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문인협회(이사장 성춘복)는 「자연성·인성의 파괴와 문학」을 주제로 30일 오후2시 경기 이천시 설봉관광호텔에서 제 38회 연례 심포지엄을 연다. 소설가협회(회장 정을병)는 23~24일 「21세기 지구환경과 문학의 역할」을 주제로 경기 양평군민회관에서 정기 세미나를 열었다. 소설가협회는 이 세미나에서 국내 최초로 「환경문학상」을 정부와 함께 제정하기로 했다. 직접 환경운동에 투신해 르포적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최성각씨 등 소설가와 시인 평론가들의 환경생태 관련 작품 발표와 평론집 출간도 활발하다.
『자연 회복이야말로 인간 회복이다. 그 인간 회복을 위해 문학이 힘차게 인간 나무숲으로 뻗어갈 때 지구 속 환경난민인 인류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문협 세미나에서 「자연과 인간의 시」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는 신달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환경 파괴의 원인이 단지 우리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일일뿐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파괴」에 있다며, 인간의 심성을 달래고 회복케 하는 문학이 그 근원적 진단과 처방을 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동호 고려대교수는 『21세기 최대의 쟁점은 인간복제 문제』라며 『자연과 인간을 유기적·정신적 관계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 존재를 상실할 것』이라며 최근 김지하시인이 전개하고 있는 「율려운동」과 관련한 생명사상을 논의한다. 또 이 세미나에서는 최진호 생명과학회장(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교수)도 참석, 『환경 호르몬과 유전자 조작 등 과학 발전에 뒤따르지 못하는 자연과 인성의 상실의 회복과 치유에 「적극적인 펜의 위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수도권 상수원 문제가 걸려있는 경기 양평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열린 소설가협회 세미나에서는 한국문학에 나타난 환경생태문제가 다양하게 검토됐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문학에서의 환경 문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생태계문제를 다룬 한국현대소설사를 정리했다. 그는 『시 분야에서는 거의 모든 시인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어 요즘은 환경시의 전성기』라 이를만하다며 그러나 소설에서는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상황을 그대로 놔둘수록 그것과 비례해서 정신적으로 풍부해진다』(「월덴」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상황을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시대,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가 본령인 문학인들의 역할과 노력이 기대된다. 신경림 시인은 한국일보의 최근 「동강 살리자」시리즈를 보고 기고한 시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들이/죽음으로 널부러져 있게 해서는 안된다/천년을 함께 살아온 반딧불이와 수달이/날개를 늘어뜨리거나 어깨가 처져서/갈 곳 없어 비슬거리게 해서는 안된다/더 많은 것을 낳으면서 더 많은 것을 기르면서/더 많은 것을 살리면서」(「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부분).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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